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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06) 들꽃이야기-쑥 강우근 쑥은 이름처럼 쑥쑥 자란다. 쥐불을 놓아 검게 그을린 논이나 밭둑은 어느 사이 쑥 빛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쑥 새싹은 옆으로 뻗어나가는 땅속줄기 군데군데서 자라나온다. 그러니 쑥 새싹은 한두 개 띄엄띄엄 자라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수북이 무리지어 자라 올라와 눈 깜짝할 사이 쑥밭을 이루는 것이다. 꼭 시골에서 자라지 않았어도 누구나 한번쯤은 쑥을 뜯어 먹어 보았을 것이다. 손수 해 보지 않았어도 쑥국이나 쑥떡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게다. 사람 사는 곳 가까이서 자라는 쑥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듯 예부터 들나물 가운데 가장 많이 먹어왔고 또 가장 널리 약재로 쓰여 왔던 풀이다. 바로 뜯어다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여먹고, 죽을 쑤어 먹고, 밥에 넣어 먹고, 떡도 해 먹고, 차.. 2022. 3. 3.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05) 들꽃이야기-광대나물 강우근 "나는 냉이밖에 몰라." 들꽃 가운데 아는 게 있냐고 물으면 대개 이렇게 대답한다. 하지만 냉이를 확실히 안다는 이도 들에 나가서는 냉이랑 지칭개, 속속이풀은 잘 가려내지 못한다. 너무 당연한 일이다. 바로 옆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조차 돌아 볼 겨를 없이 허겁지겁 살아가면서 그걸 알지 못하는 일은 당연하다. 동료가 가진 눈빛에서 슬픔과 기쁨을 읽어내지 못하면서 냉이랑 지칭개, 속속이풀을 안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동지 모습이 바로 들꽃 모습이 아니던가. 항상 옆에서 무감하다가 문득 '저런 면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게 되는 동료와 닮은 풀이 있다. 광대나물이다. 광대나물은 들에 나가면 무더기로 자라나는 너무 흔한 풀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 무심하게 지나쳐 버렸을 풀이다. 그러나.. 2022. 3. 2.
[고3, 수험생] 수능대비 일일학습(104) 들꽃이야기-고들빼기 강우근 좁은 길을 넓히면서 그 우람하던 가중나무를 무참히 베어버렸다. 당당하던 가중나무 검은 줄기가 전기톱 앞에서 너무나 무기력하게 댕강댕강 잘려나갔다. 콘크리트로 싹싹 발라버려 그 나무가 섰던 자리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사람이 다니던 흙길은 이제 차가 다니는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가중나무가 베어진 자리에선 금방 시들고 말 헛된 욕망이 자라나고 있다. '새 길이 나서 차가 잘 다닐 수 있으니 우리 살림살이도 나아지겠지. 장사도 더 잘될 거야. 혹시 집 값이 오르지나 않을까' 하는……. 이미 오래 전 콘크리트로 포장된 옆 골목길 구석구석엔 고들빼기가 자라나 꽃을 피우고 있다. 쓰레기봉투 옆에서 너무나 싱싱하게 꽃을 피웠다. 담장 위 틈에서도 여럿 자라 올라 꽃을 피웠다. 콘크리트 작은.. 2022. 3. 1.
[고3, 수험생] 103일 수능대비 일일학습 들꽃이야기 - 미국개기장·빗자루국화·큰도꼬마리 강우근 조그만 스티로폼 상자에 흙을 담아 키운 부추 사이로 무성하게 자라난 뚝새풀을 차마 뽑지 못했던 날, 이런 신문 기사를 읽었다. "생태계 보존 지역 외래종 씨 말린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생태 보존 지역에 미국개기장, 빗자루국화, 큰도꼬마리 따위 외래식물이랑 번식력 강한 환삼덩굴이 마구 자라 산림청 보호식물과 희귀식물 서식을 위협하기 때문에 서울시 한강시민공원 사업소에서는 제초 작업을 벌여 외래종 씨를 말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명색이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이들이 '씨를 말린다'는 무지막지한 표현을 쓴 게 어처구니없었고, 제초 작업으로 정말 미국개기장, 빗자루국화, 큰도꼬마리 씨를 말릴 수 있을지 그 무모함에 다시 한번 기가 막혔다. 하기는 이게 처음은 .. 2022. 2. 28.
[고3, 수험생] 102일 수능대비 일일학습 들꽃이야기-수수꽃다리 강우근 전날 내렸던 빗물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수수꽃다리 꽃잎이 한꺼번에 다 떨어져 버렸다. 그 옆 산철쭉 꽃잎도 뚝뚝 떨어져 시들어가고 있다.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떨어진 꽃잎을 주워 책갈피에다 끼우다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왜 모양이 잘난 것만 주웠을까? 왜 꽃잎이 네 가닥으로 갈라진 '전형적'인 것만 골랐을까? 수수꽃다리 꽃이 세 갈래로 갈라지거나 다섯이나 여섯 갈래로 갈라지면 안 되나? 수수꽃다리 꽃은 꼭 네 갈래로 갈라져야 정상인가? 그 가운데 한 가닥이 좀 크거나 작으면 '전형적'이지 않은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혹 세상을 바라볼 때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혹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지나 않았을까?.. 2022. 2. 27.
[고3, 수험생] 101일 수능대비 일일학습 들꽃이야기-돌나물 강우근 동네가 끝나고 산길이 시작되는 곳인 돌 축대 위에 노란 꽃들이 무더기로 피었다. 돌나물 꽃이다. 그 모양새가 꼭 별 같다. 초여름 날씨답지 않게 따가운 뙤약볕에 돌이 달구어졌을 텐데 돌나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별 모양 꽃을 펼치고 돌 위에서 반짝이고 있다. 돌나물은 그 이름처럼 돌 둘레에서 잘 자란다. 돌나물이 속한 속 이름 세듐(sedum)도 바위 위에서 자리 잡고 살아간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팍팍한 돌짝밭을 좋아하는 풀이나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산꼭대기 드러난 바위틈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저 소나무들도 그곳이 좋아서 자리 잡았겠는가. 참나무에 밀려 그곳까지 쫓겨갔던 게지. 돌나물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바위투성이 척박한 땅으로 밀려난 돌나물은 살아남기 위해 잎에 물을 저장해 .. 2022. 2. 26.
[고3, 수험생] 100일 수능대비 일일학습 들꽃이야기-메꽃 강우근 숲 가장자리에서 싱싱하게 자라 오르던 메꽃이 막 꽃이 필 즈음 다 뜯겨져 버렸다. 그리고선 같이 베어진 담쟁이덩굴, 마 따위랑 한쪽 귀퉁이에 버려져 말라가고 있다. 무성하게 자라는 게 지저분해 보였는지 누군가 베어내 버린 것이다. 메꽃도 나팔꽃과 비슷하다. 덩굴로 자라는 것이나 나팔 모양 꽃이 서로 많이 닮아 있다. 나팔꽃 색이 더 자극적이기는 해도 연분홍색 메꽃도 그에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메꽃은 관상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고 뿌리에서 잎, 꽃까지 먹을거리이고 게다 약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나팔꽃은 화초가 되고 메꽃은 잡초가 되고 만다. 참 이상한 일이다. 비슷한 꽃인데도 어떤 건 화초가 되고 어떤 건 잡초가 되니 말이다. 다 먹을 수 있는 풀인데도 어떤 건 채소가 되.. 2022. 2. 25.
[고3, 수험생] 099일 수능대비 일일학습 들꽃이야기-구기자나무 강우근 유난히 벌레가 많이 꾀는 나무가 있다. 노박덩굴이 그렇다. 이 즈음 노박덩굴을 보면 벌레 먹지 않은 성한 잎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구기자나무에 견주면 나은 편이다. 구기자나무는 정말 벌레가 많이 꾀는 나무다. 벌레 많이 꾀기로 치자면 구기자나무보다 더한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구기자나무는 사람 사는 둘레, 물가나 길가에서 흔히 자라는 떨기나무라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볼 때마다 참 볼품 없는 나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꾸미지 않아 너무 평범한 타원형 잎은 꼬여든 벌레에 뜯겨 잎맥만 앙상하게 남겨져 그 원래 모양조차 알 수 없다. 가시가 있지만 그게 가시 구실을 할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 「수목해충도감」에서 찾아본 구기자나무에 꾀는 벌레 목록은 몇 종류 진딧물이나 응애,.. 2022. 2. 24.
[고3, 수험생] 098일 수능대비 일일학습 들꽃이야기-익모초 강우근 선풍기는 후텁지근한 바람만 쏟아내고 악을 쓰듯 울어대는 말매미 소리는 숨을 턱 막히게 한다. 애써 그 소리가 깊은 산 속 폭포소리라고 최면을 걸면서 책상 앞에 붙인 정선의 「박연 폭도」를 바라본다. 곧게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포와 차르르르…… 들려오는 말매미가 소리가 어우러지면 그런 대로 막이 숨이 터진다. 어린 시절 방학 때면 시골에 있는 외할머니나 큰어머니 댁에 보내졌다. 서울내기가 시골에 가면 온천지가 놀 거리이다. 긴 여름 한낮을 뙤약볕 아래서 뛰어 놀고 나서 하루만에 더위를 먹고 쓰러져 버렸다. 입맛을 잃어 끼니도 거르고 맛있는 옥수수마저 먹지 못하고 물만 들이키며 늘어져 있으면 큰어머니께서는 마당 구석에서 풀을 뜯어다 찧고 즙을 짜서 들고 오셨다. 그리고는 '더위 먹은 .. 2022.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