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구기자나무
강우근
유난히 벌레가 많이 꾀는 나무가 있다. 노박덩굴이 그렇다. 이 즈음 노박덩굴을 보면 벌레 먹지 않은 성한 잎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구기자나무에 견주면 나은 편이다. 구기자나무는 정말 벌레가 많이 꾀는 나무다. 벌레 많이 꾀기로 치자면 구기자나무보다 더한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구기자나무는 사람 사는 둘레, 물가나 길가에서 흔히 자라는 떨기나무라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볼 때마다 참 볼품 없는 나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꾸미지 않아 너무 평범한 타원형 잎은 꼬여든 벌레에 뜯겨 잎맥만 앙상하게 남겨져 그 원래 모양조차 알 수 없다. 가시가 있지만 그게 가시 구실을 할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
「수목해충도감」에서 찾아본 구기자나무에 꾀는 벌레 목록은 몇 종류 진딧물이나 응애, 나방 애벌레 따위와 구기자나무가 들어가는 가지과 식물에 잘 꾀는 큰이십팔점무당벌레 정도다. 결코 다른 나무보다 더 많지 않다. 그런데도 왜 다른 나무에 견주어 더 큰 수난을 당하는가. 작고 볼품 없는 구기자나무에 벌레가 구질구질 붙어 있는 걸 보면 '참 저렇게 지지리도 못난 나무도 다 있구나' 하는 애처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잎도 다 뜯기고 곧 말라죽을 것 같아 보이는 구기자나무는 그래도 한여름 내내 땡볕에서 보라색 꽃을 피워낸다. 잎을 다 뜯기면 다시 새잎을 내고 하면서 줄기차게 꽃을 피워낸다. 그리고 가을이면 꼭 고추 모양을 한 붉은 열매를 맺는다. 크기야 고추보다 작지만 그 붉은 색은 투명할 정도로 활기 넘치는 선홍색이다. 이 열매를 구기자라 하는데 구기자나무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구기자나무는 '괴좆나무'니 '피좆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이것 역시 열매에서 비롯된 이름일까?
구기자나무는 차 이름이나 약재 이름으로 먼저 들어 보았을 것이다. 구기자는 객지에 나가 독수공방하면서는 절대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걸 먹고 기운이 뻗치면 감당할 수 없어 사고 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괴좆나무'라 불렸나. 구기자나무는 이런 경고 문구가 붙을 만큼 기운을 북돋우는 약으로 오래 전부터 쓰여 왔다. 구기자나무 열매와 잎을 오랫동안 먹으면 쇠약해진 몸이 낫고 뼈가 튼튼해지고 눈이 밝아지고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고 한다. 곧 말라죽을 것 같이 힘없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구기자나무는 오히려 남 기운까지 불끈 솟게 하는 나무였다. 가을에도 새 잎을 낼 만큼 생명력이 강한 나무였다. 가을 햇살을 받아 선홍색으로 빛나는 살 오른 구기자 열매를 보면 섣부른 동정이 부끄러워지고 만다.
모든 걸 다 뜯기고 벼랑 끝으로 쫓겨난 이들, 작고 초라해 보이는 이들이 싸우고 있다. 값싼 동정이나 시혜를 거부하고 노동자로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보여 줄 구기자 열매처럼 붉은 미래를 함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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