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익모초
강우근
선풍기는 후텁지근한 바람만 쏟아내고 악을 쓰듯 울어대는 말매미 소리는 숨을 턱 막히게 한다. 애써 그 소리가 깊은 산 속 폭포소리라고 최면을 걸면서 책상 앞에 붙인 정선의 「박연 폭도」를 바라본다. 곧게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포와 차르르르…… 들려오는 말매미가 소리가 어우러지면 그런 대로 막이 숨이 터진다.
어린 시절 방학 때면 시골에 있는 외할머니나 큰어머니 댁에 보내졌다. 서울내기가 시골에 가면 온천지가 놀 거리이다. 긴 여름 한낮을 뙤약볕 아래서 뛰어 놀고 나서 하루만에 더위를 먹고 쓰러져 버렸다. 입맛을 잃어 끼니도 거르고 맛있는 옥수수마저 먹지 못하고 물만 들이키며 늘어져 있으면 큰어머니께서는 마당 구석에서 풀을 뜯어다 찧고 즙을 짜서 들고 오셨다. 그리고는 '더위 먹은 데는 이게 최고'라며 시커먼 풀 즙 한 사발을 내미셨다. 그걸 마시고 정말 더위 먹은 게 가셨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그 쓴맛은 잊을 수가 없다. 큰어머니께서 다 마실 때까지 옆에서 무섭게 지키고 계시지 않았더라면 한 모금도 채 마시지 못했을 것이다.
이 풀이 익모초다. 장맛비를 흠뻑 맞은 익모초가 아이 키보다 크게 쑥 자라 올라 붉은 자주색 꽃을 층층이 피워내고 있다. 익모초는 꽃이 피기 전인 소서와 단오 사이 6월 6일에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본초강목」) 예전엔 음력 6월 6일 유두 날 익모초 즙을 미리 마시고 여름 더위를 대비했다고 한다.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익모초를 미리 먹고 더위 걱정을 더는 것도 좋겠다.'(「내 마음대로 다려 마시는 건강 약재」신재용)
익모초는 들에 흔히 자라는 풀이다. 도시 주택 가까이 자투리땅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옛날 어머니들은 마당 구석에서 자라난 익모초를 뽑지 않고 잘 가꾸었다. 아이들이 더위 먹었을 때 먹이기도 했지만 익모초(益母草)라는 이름처럼 어머니에게 이로운 풀이기도 해서이다. 아이를 가지지 못하거나 아이 낳고 몸조리 할 때 좋고 생리통, 생리과다, 생리불순 따위 여자들 생리 조절에 좋다. 항암 효과가 있어서 유방암이나 자궁암에도 쓰인다.
익모초가 꽃 피려면 꼬박 두 해가 걸린다. 첫 해에는 심장 모양 잎이 뿌리에서 바로 붙어난다. 이듬해 줄기가 자라 올라 꽃 피고 열매를 맺는다. 첫 해 자라난 생김새와 이듬해 자라난 생김새는 서로 다른 풀인 것처럼 사뭇 다르다. 긴 시간 준비하는 익모초 모습은 빨리빨리를 외쳐대는 요즘 사람들보다는 역시 옛사람을 닮아 있다. 에어컨 바람에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새삼 익모초로 미리 여름 더위를 대비했던 옛사람들이 지닌 지혜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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