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광대나물
강우근
"나는 냉이밖에 몰라."
들꽃 가운데 아는 게 있냐고 물으면 대개 이렇게 대답한다. 하지만 냉이를 확실히 안다는 이도 들에 나가서는 냉이랑 지칭개, 속속이풀은 잘 가려내지 못한다. 너무 당연한 일이다. 바로 옆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조차 돌아 볼 겨를 없이 허겁지겁 살아가면서 그걸 알지 못하는 일은 당연하다. 동료가 가진 눈빛에서 슬픔과 기쁨을 읽어내지 못하면서 냉이랑 지칭개, 속속이풀을 안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동지 모습이 바로 들꽃 모습이 아니던가.
항상 옆에서 무감하다가 문득 '저런 면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게 되는 동료와 닮은 풀이 있다. 광대나물이다. 광대나물은 들에 나가면 무더기로 자라나는 너무 흔한 풀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 무심하게 지나쳐 버렸을 풀이다. 그러나 광대나물을 알게 되면 몇 번 놀라게 된다. 겨울 추위를 고스란히 견디며 자라는 생명력에 놀라고, 이른 봄 기다렸다는 듯 덩굴을 뻗으며 넓게 퍼져나가 '광대나물 밭'을 만들어 버리는 번식력에 놀라게 된다. 또 잎에서 나는 향기에 놀라고, 녹색 잎과 또렷하게 대비되면서 피어나는 붉은 자주색 꽃이 가진 아름다움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광대나물은 소박하면서 화려하고 평범하면서 경이로운 풀이다. 그래서 '코딱지나물'이라는 소박한 이름으로도 불리면서 느낌이 전혀 다른 '광대나물'이라고도 불리는가 보다.
광대나물이 속하는 꿀풀과 무리가 대개 그렇듯이 광대나물 잎에서도 강한 향기가 난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 따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고 방어용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삼림욕, 허브 요법은 식물이 만드는 이런 화학물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허브하면 먼저 떠오르는 로즈마리, 라벤더 따위도 다 광대나물과 같은 꿀풀과 무리에 속한다. 그러니까 광대나물이나 배초향, 꽃향유 따위는 토종 우리 허브식물인 것이다. 돈주고 사지 않아도 화분에 애써 키우지 않아도 들에 지천으로 허브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광대나물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냉이처럼 하나하나 캐지 않아도 된다. 무더기로 자란 것을 손으로 훑기만 하면 한 바구니 쉬이 뜯을 수 있는 나물이 광대나물이다. 해충이나 곰팡이를 물리치기 위해 광대나물이 뿜어내는 향기를 우리는 투쟁하는 동지들에게서 서로 맡을 수 있다. 그 향기는 적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지만 우리에게는 타협주의로 병들어 가는 운동을 건강하게 지켜내는 허브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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