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 미국개기장·빗자루국화·큰도꼬마리
강우근
조그만 스티로폼 상자에 흙을 담아 키운 부추 사이로 무성하게 자라난 뚝새풀을 차마 뽑지 못했던 날, 이런 신문 기사를 읽었다.
"생태계 보존 지역 외래종 씨 말린다."<2005년 4월 18일 한겨레신문>
서울 강동구 암사동 생태 보존 지역에 미국개기장, 빗자루국화, 큰도꼬마리 따위 외래식물이랑 번식력 강한 환삼덩굴이 마구 자라 산림청 보호식물과 희귀식물 서식을 위협하기 때문에 서울시 한강시민공원 사업소에서는 제초 작업을 벌여 외래종 씨를 말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명색이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이들이 '씨를 말린다'는 무지막지한 표현을 쓴 게 어처구니없었고, 제초 작업으로 정말 미국개기장, 빗자루국화, 큰도꼬마리 씨를 말릴 수 있을지 그 무모함에 다시 한번 기가 막혔다. 하기는 이게 처음은 아니다. 돼지풀, 미국자리공이 그랬고, 황소개구리, 블루길(파란볼우럭)이랑 배스(큰입우럭)가 그랬고, 붉은귀거북(청거북)이 그랬다.
씨를 말려야 한다고!
참 신기한 것은 미국개기장, 빗자루국화, 큰도꼬마리며 미국자리공, 돼지풀 그리고 황소개구리, 블루길, 배스와 붉은귀거북까지 모두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는 것이다. 게다 해방 이후 개발 독재시기에 모두다 귀화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유 생태계가 안정된 상태라면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 블루길이나 배스 같은 외래 야생동물이 발붙일 수 없다. 오염되거나 개발 이후 방치된 도시 야산에서 주로 미국자리공이라는 외래식물이…… 나타나듯, 외래동식물은 교란된 생태계에 파고든다<우리동물이야기/박병상>'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신기했던 게 당연한 것이 된다.
잡초는 사람 간섭과 억압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잡초는 인간 역사와 함께 해온 것이다. 게다가 귀화식물에는 우리 근현대사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드리워져 있다. 한강 둔치를 뒤덮은 미국개기장, 빗자루국화, 큰도꼬마리 따위는 '한강의 기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귀화식물이다.
경제 발전의 구호 아래 허리띠 졸라매고 산재와 저임금에 고통받았던 노동자는 여전히 경제발전 논리를 앞세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어 실업자로,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여전히 경제발전 논리로 갯벌이 메워지고 터널이 뻥뻥 뚫리고 산과 들이 파헤쳐지고 있다. 사회가 바뀌지 않고 삶이 변하지 않았는데 그 그림자만 없애겠다니!
뱀까지 잡아먹는다던 황소개구리에게도 천적이 생겼다고 한다. 백로랑 왜가리가 좀처럼 거들떠보지도 않던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즐겨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황소개구리는 이제 생태계 일원이 된 것이다. 황소개구리 씨를 말릴 수도 없지만 씨를 말리려는 것은 이젠 생태계를 또 한번 망가뜨리게 될 것이다.
어제는 기어이 부추 사이에 자라난 뚝새풀을 절반쯤 뽑아내고 말았다. 뚝새풀은 이미 꽃 피고 씨를 뿌린 뒤였다. 뚝새풀은 또 무성하게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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