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돌나물
강우근
동네가 끝나고 산길이 시작되는 곳인 돌 축대 위에 노란 꽃들이 무더기로 피었다. 돌나물 꽃이다. 그 모양새가 꼭 별 같다. 초여름 날씨답지 않게 따가운 뙤약볕에 돌이 달구어졌을 텐데 돌나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별 모양 꽃을 펼치고 돌 위에서 반짝이고 있다.
돌나물은 그 이름처럼 돌 둘레에서 잘 자란다. 돌나물이 속한 속 이름 세듐(sedum)도 바위 위에서 자리 잡고 살아간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팍팍한 돌짝밭을 좋아하는 풀이나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산꼭대기 드러난 바위틈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저 소나무들도 그곳이 좋아서 자리 잡았겠는가. 참나무에 밀려 그곳까지 쫓겨갔던 게지. 돌나물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바위투성이 척박한 땅으로 밀려난 돌나물은 살아남기 위해 잎에 물을 저장해 두었다. 육질의 두툼한 잎사귀는 물기를 가득 담고 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바위 위로 줄기를 뻗어 햇볕을 독차지했다. 바위투성이 삶을 투덜거리지 않고 그것을 기회로 만드는 것이 작고 여린 들꽃 돌나물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돌나물은 땅 위로 높이 자라지 않는다. 바닥을 기면서 마디마다 뿌리를 내린다. 이렇게 사방으로 뻗어나가서 융단을 깔아놓은 듯 땅을 덮어 버린다. 그 융단 위로 작은 키에 걸맞은 작은 꽃들이 피어나는데 작은 꽃답지 않게 그 기세가 당당하다. 꽃 무더기 어디를 보아도 시든 것 하나 없다. 이런 돌나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노래 하나가 있다.
"…불길도 헤치고 물 속을 헤엄치고 가시밭길 돌무덤 바위산을 뚫고서 모두들 여기까지 모두들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지난 봄 싱싱하게 돋은 돌나물을 뜯어 물김치를 담가먹었다. 아삭아삭 씹히던 시원한 그 맛이 요즘 더 당기는 것은 이른 더위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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