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819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21) 들꽃이야기-뽀리뱅이 강우근 담 너머로 뜰보리수나무 꽃이 소리 없이 폈다가 간 밤 내린 봄비에 젖어 골목길로 꽃잎을 소복하게 떨구었다. 골목길 여기저기 뽀리뱅이가 한창 꽃 피고 있다. 뽀리뱅이는 보리뱅이라고도 불리는데 보리뱅이가 뽀리뱅이로 바뀐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보리수나무나 뽀리뱅이 이름에는 모두 '보리'가 들어가는 셈이 된다. 아마도 두 가지 다 꽃 피는 시기가 보리 농사와 관련이 있을 게다. 요즘 다시 보리밥이 건강식으로, 별미로 인기를 얻어서 보리 심는 데가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보리가 주식이었던 예전과는 비길 수 없다. 3, 4월은 모든 식량이 동나서 보리 수확을 애타게 기다리는 보리 수확 시기였다. 산과 들로 다니며 나무 껍질을 벗기고 나물을 뜯어 연명할 때 뽀리뱅이는 나물 바구니에 담기던 풀.. 2022. 3. 18.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20) 들꽃이야기-아까시나무 강우근 숲은 또 한 차례 흰 꽃 사태로 덮일 것이다. 5월 숲에서는 팥배나무, 노린재나무, 때죽나무, 찔레와 산딸기 그리고 아까시나무 따위 흰 꽃들이 줄줄이 피어날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아까시나무 흰 꽃 사태는 그야말로 봄의 절정이다. 아까시나무 하면 한 번쯤 꽃을 훑어서 먹고 잎을 따며 놀았던 경험이 모두들 있을 게다. 아마 어린 시절 추억 속에 등장하는 가장 친근한 나무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한편 아까시나무는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많은 오해를 받아온 나무이기도 하다. 아까시나무는 이름조차 제대로 불려지지 못하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잘 몰라도 '아카시아'라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카시아는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자라는 다른 .. 2022. 3. 17.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19) 들꽃이야기-쇠비름 강우근 덥다.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정말 덥다. 머리가 띵, 한 게 더위를 먹은 것 같다. 가게 앞 파라솔 의자에 앉아 음료수 캔을 마셔 보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고 갈증이 오히려 더하다. 가게 쓰레기통엔 빈 캔들과 아이스크림 포장비닐이 어지럽게 넘쳐난다. 여름 상품들은 더우면 더울수록 더욱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가진 자들은 더위로 떼돈을 벌고, 없이 사는 사람들은 몇 곱절 죽어나는 것이다. 여름 투쟁은 더위와도 싸워야 하니 몇 배나 힘들 수밖에 없다. 방송에서는 더위로 인한 일사병을 예방하려면 외출을 삼가고 균형 잡힌 식단을 짜야 한단다. 하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그저 한 끼 때우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사람들한테는 이런 처방이 더 열나게 하는 소리로 들릴 .. 2022. 3. 16.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18) 들꽃이야기-고마리 강우근 도랑을 따라 고마리 꽃이 피고 있다. 봄부터 자라면서 여러 번 베어지고 뜯겨졌지만 금세 다시 수북하게 자라나던 고마리가 찬바람을 맞고서야 비로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느지막이 나타나서 찌이찌이찌이 울어대는 늦털매미 장단에 맞추려고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자글자글한 꽃이 송글송글 피고 있다. 고마리 꽃은 흰색 꽃이 있고, 연한 붉은 색 꽃도 있고, 흰색 바탕에 붉은 점이 있는 꽃도 있다. 흰색 꽃으로만 사태를 이룬 곳은 꼭 메밀꽃이 하얗게 핀 것 같다. 또 연한 붉은 색 꽃은 며느리밑씻개 꽃을 빼 닮았다. 하기는 고마리나 메밀, 며느리밑씻개는 모두 여뀌 무리에 속하니까 비슷한 풍경을 만드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고마리 꽃은 가지 끝에 열대 여섯 개씩 뭉쳐서 달리는데 비록 꽃잎은 .. 2022. 3. 15.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17) 들꽃이야기-괭이밥 강우근 괭이밥 위로 부전나비들이 여럿 날아다니다 꽃이며 잎사귀에 앉아 슬금슬금 날개를 비벼댄다. 옛 사진첩에서 쓰던 사진 네 귀퉁이를 고정시키는 하트 모양 부전을 닮아서 이름 붙여진 나비다. 작고 앙증맞은 모습이 서로 닮아서일까? 부전나비는 괭이밥에 즐겨 날아온다. 괭이밥 잎자루 끝에 모여 달린 작은 세 장 잎도 꼭 부전처럼 생겼다. 부전나비 종류 가운데 남방부전나비는 괭이밥에 알을 낳는데 애벌레가 그 잎을 먹으며 자란다. 남방부전나비는 애벌레로 겨울을 난다. 괭이밥 가까운 둘레 작은 돌 틈이나 낙엽 밑에 붙어 겨울잠을 자고 이듬해 봄 괭이밥 새싹이 돋아나면 깨어나서 새잎을 먹으며 자라다가 번데기로 탈바꿈하고 날개돋이를 해서 어른벌레가 된다. 남방부전나비가 괭이밥에 피해만 주는 것은 아.. 2022. 3. 14.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16) 들꽃이야기-돼지풀 강우근 현 정권은 이주 노동자들, 특히 합법화를 요구하며 싸우는 미등록 노동자들을 전혀 근거 없는 무시무시한 테러 조직에 엮어 테러 분자들로 몰고 가고 있다. 강제 추방 명분을 얻으려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 실컷 부려먹고 이제 테러 분자로 낙인찍어 추방하려는 것이다. 밭에서 뿌리째 뽑혀 던져지는 잡초들이 떠올려진다. 잡초는 단지 재배 식물 양분을 빼앗아 먹는 약탈자쯤으로 다루어진다. 잡초 가운데 가장 악의적으로 낙인찍힌 들꽃이 있다. 오죽했으면 도감에서조차 ‘화분병을 일으키는 가장 악질적인 종’(「대한식물도감」, 이창복)이라느니, ‘가장 악질종으로 알려진 쓸모 없는 식물’(「한국의자원식물」, 김태정)이라고 했을까? 영(英)명 ‘hogweed’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돼지풀’이 바로.. 2022. 3. 13.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15) 들꽃이야기-쥐방울덩쿨 강우근 몇 해 전, 귀농을 한 이가 사는 집엘 갔다가 그집 마루에 걸린 이상하게 생긴 열매를 보았다. 꼭 낙하산을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처럼 생긴 모양이 어떤 식물의 열매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잎이 진 초겨울 집 가까운 둘레 여기저기엔 그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려 말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 해가 더 지난 뒤에야 그 열매가 쥐방울덩굴 열매라는 걸 알았다. 시골에서도 그 열매를 알고 있는 이를 만나기 힘들게 되었다. 그런 풀일랑은 알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기는 농약 치고 제초제 치고 때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게 농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씨로 삼을 종자까지 다 팔아 넘기고 유전자 조작된 씨를 뿌리게 되었다. 그 유전자 조작된 감자고 옥수수는 이미 감자도 옥수수도 아니다... 2022. 3. 12.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14) 들꽃이야기-억새풀강우근 들녘은 가을걷이가 끝나서 텅 빈 듯 하고, 산자락은 잎을 다 떨구고 속살을 훤히 드러냈다. 거기는 이제 억새 세상이다. 초겨울 바람에 바삭바삭 말라 가는 언덕 위에도 억새가 하얗게 일렁인다. 솜털을 나부끼는 억새가, 한겨울이 오기도 전에 꽁꽁 얼어버린 우리 가슴을 쓸어 줄 것처럼 정겹고 푸근하다.억새, 정겨운 풀이름이 너무 억세고 거칠다. 하지만 습기 없는 팍팍한 땅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그 습성이 이름 그대로이다. 또 억새가 아직 푸르름을 간직했던 시절 그 날카롭고 억센 잎새에 손가락을 베어 본 사람은 억새라는 이름을 제대로 느끼게 된다. 그 잎새로 풀 싸움을 했던 이들에겐 억새라는 억센 이름이 오히려 정겹다.그런데 이젠 억새와 갈대조차 구별하지 못하게 되었다. 억새와 갈대는.. 2022. 3. 11.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13) 들꽃이야기-쇠무릎 강우근 숲 속을 걷고 나니 바지에 온통 짚신나물 열매가 달라붙어 있다. 아직은 이 정도지만 가을이 좀더 깊어지면 가막살이며 도깨비바늘, 도꼬마리, 도둑놈의갈고리나 진득찰, 멸가치 따위 열매가 다닥다닥 달라붙어 옷은 풀씨들의 종합 전시장이 되어 버릴 것이다. 풀은 발이 없어도 가시나 갈고리 또는 털이나 끈끈이를 가지고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쇠무릎도 씨앗을 싸고 있는 가시로 동물 몸에 붙어 퍼져나가는 풀이다. 길가나 밭 둘레에 쇠무릎이 쑥 자라 올라 가시를 벼뤄가고 있다. 쇠무릎 꽃은 꾸밈이 없다. 꽃잎이 없고 꽃받침과 암술, 수술로만 이루어진 볼품 없는 꽃이다. 씨앗이 여물면 꽃받침은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로 바뀌게 된다. 꽃잎도 없고 꽃받침도 다시 가시로 바꾸어 쓰는 쇠무릎은 그래서 꾸.. 2022. 3. 10.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3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