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돼지풀
강우근
현 정권은 이주 노동자들, 특히 합법화를 요구하며 싸우는 미등록 노동자들을 전혀 근거 없는 무시무시한 테러 조직에 엮어 테러 분자들로 몰고 가고 있다. 강제 추방 명분을 얻으려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 실컷 부려먹고 이제 테러 분자로 낙인찍어 추방하려는 것이다. 밭에서 뿌리째 뽑혀 던져지는 잡초들이 떠올려진다. 잡초는 단지 재배 식물 양분을 빼앗아 먹는 약탈자쯤으로 다루어진다.
잡초 가운데 가장 악의적으로 낙인찍힌 들꽃이 있다. 오죽했으면 도감에서조차 ‘화분병을 일으키는 가장 악질적인 종’(「대한식물도감」, 이창복)이라느니, ‘가장 악질종으로 알려진 쓸모 없는 식물’(「한국의자원식물」, 김태정)이라고 했을까? 영(英)명 ‘hogweed’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돼지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도감에서까지 감정 섞인 ‘악질종’이라 홀대받는 풀을 돼지풀 말고는 보지 못했다. 대체 어떤 풀이길래 이다지도 미움을 받는단 말인가?
돼지풀을 미워하는 데는 몇 가지 까닭이 있긴 하다. 돼지풀이 주로 자라는 곳은 쓰레기장이나 공사 따위로 나무가 베어지고 망가진 땅이다. 한 번 자라기 시작하면 환경이 파괴된 곳을 따라 무섭게 번져나간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퍼지는 돼지풀의 ‘꽃가루’가 또 문제다. 바람에 날려 콧속이나 기도에 들어가면 심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니 공포심마저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환경부에서는 인체에 해를 끼치는 식물 1호로 정하여 이를 제거하는데 힘쓰고 있다. 눈에 뜨이는 대로 뿌리째 뽑아야 하는데, 아무리 뽑아도 근절시키기가 힘들다’ ‘북한에서는 누더기풀이라고 하며 … 모두 뽑아버렸다’(「한국의귀화식물」, 김준민 외) 하지만 대개 귀화 식물은 모두 개발로 망가진 땅에서 자라고, 또 꽃가루로 눈병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건 돼지풀만이 아니라서 위 까닭만으로는 납득이 가질 않는다.
북아메리카 원산 국화과 한해살이풀인 돼지풀이 남한에 처음 기록된 것은 1968년이지만 실제로 들어온 것은 그 이전인 한국 전쟁 무렵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전쟁 물자에 묻어왔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돼지풀이 이 땅에서 널리 퍼져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경제 발전으로 온 땅이 파헤쳐졌기 때문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돼지풀은 나무가 자라고 온갖 풀이 어우러진 곳에서는 자라지 못한다. 돼지풀은 지독한 양지식물이기 때문에 그늘에서는 살 수 없어서이다. 돼지풀은 정말 쓸모 없는 풀일까?
‘흔한 한해살이 돼지풀은 가장 불모지 땅에서 농작물이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개량할 수 있다. … 소는 ‘비타민용’으로 싱싱한 돼지풀류 식물들을 먹는다. 메추라기와 다른 새들도 그 씨앗을 맛있게 먹는다’ ‘소는 알팔파보다 돼지풀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것을 먹고 훨씬 건강해졌거든요’(「대지의수호자잡초」, 조셉코케이너)
돼지풀은 토양을 헤치는 약탈자가 아니라 오히려 죽어 가는 땅을 살리고 퇴비가 되어 땅을 기름지게 하고 좋은 사료가 되어 가축을 건강하게 키워내는 풀이다. ‘쓸모 없는 식물’이 어디 있겠는가. 그 쓰임을 모를 따름이지. ‘쓸모 없는 식물’이라고 쓰여진 식물 도감이야말로 다시 쓰여져야 할 쓸모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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