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괭이밥
강우근
괭이밥 위로 부전나비들이 여럿 날아다니다 꽃이며 잎사귀에 앉아 슬금슬금 날개를 비벼댄다. 옛 사진첩에서 쓰던 사진 네 귀퉁이를 고정시키는 하트 모양 부전을 닮아서 이름 붙여진 나비다. 작고 앙증맞은 모습이 서로 닮아서일까? 부전나비는 괭이밥에 즐겨 날아온다. 괭이밥 잎자루 끝에 모여 달린 작은 세 장 잎도 꼭 부전처럼 생겼다. 부전나비 종류 가운데 남방부전나비는 괭이밥에 알을 낳는데 애벌레가 그 잎을 먹으며 자란다.
남방부전나비는 애벌레로 겨울을 난다. 괭이밥 가까운 둘레 작은 돌 틈이나 낙엽 밑에 붙어 겨울잠을 자고 이듬해 봄 괭이밥 새싹이 돋아나면 깨어나서 새잎을 먹으며 자라다가 번데기로 탈바꿈하고 날개돋이를 해서 어른벌레가 된다. 남방부전나비가 괭이밥에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괭이밥 꽃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꽃가루받이를 도와줘서 잎사귀 먹은 값을 치르는 것이다.
'괭이밥'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것일까? 짐작이 가질 않는다. 육식성인 고양이가 이 풀을 먹을 리 없지 않은가. 잎사귀를 씹으면 수산이 있어 신맛이 나는데 그 때문에 '새큼풀, 시금초, 괴싱아(고양이싱아)'라 불리기도 한다. 또 신맛이 나는 수영을 '괴싱아'라 부르고 애기수영을 '애기괴승아'라고도 부른다. 신 것과 고양이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전에는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괭이밥을 많이 뜯어먹었다. 요즘에도 한 번 맛을 본 아이라면 거리낌없이 잎을 따서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스럼이나 종기 따위에는 생즙을 붙이면, 피부병에는 달인 물로 목욕을 하면 효과가 있다. 위암, 설암을 억제시키기 위해 달여 마시기도 한다. 목이 붓고 아플 때, 황달, 간염, 지혈, 태열 따위에도 효과가 있다.
이른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던 괭이밥이 여름내 연달아 꽃을 피우고도 모자라 10월이 되어서도 여전히 노란 꽃을 점점이 피워낸다. 괭이밥은 정말 지칠 줄 모르고 연신 꽃을 피우고 열매를 퍼뜨리는 풀이다. 괭이밥이 전 세계로 멀리 펴져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체 저 작고 여린 풀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아나는 것일까? 쭈그리고 앉아 괭이밥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만 하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할 수 있다는 것을 괭이밥을 보면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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