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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2558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32) 11월에 이해인 나뭇잎이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하나 연륜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머언 훗날 넓은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야위어 간다. 2022. 10. 15.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31) 타는 목마름으로 신 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 2022. 10. 14.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9) 시월의 사유 / 이기철 텅빈 자리가 그리워 낙엽들은 쏟아져 내린다 극한을 견디려면 나무들은 제 껍질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 저마다 최후의 생을 간직하고 싶어 나뭇잎들은 흙을 향하여 떨어진다 나는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부분을 기억하려고 나무를 만진다 차가움에서 따스함으로 다가오는 나무들 모든 감각들은 나무 향기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엽록일까 물관일까, 향기를 버리지 않으면 나무들은 삭풍을 이기지 못한다 어두워야 읽혀지는 가을의 문장들, 그 상형문자들은 난해하다 더러 덜컹거리는 문짝들도 제 자리에 머물며 더 깊은 가을의 심방을 기다린다 나뭇잎들, 저렇게 생을 마구 내버릴 수 있다니, 그러니까 너희에게도 생은 무거운 것이었구나 나는 면사무소 정문으로 한 노인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 2022. 10. 13.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30) 시월에 /문태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밑에서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밭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2022. 10. 12.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8) 10월 / 이외수 이제는 마른 잎 한 장조차 보여 드리지 못합니다 버릴수록 아름다운 이치나 가르쳐 드릴까요 기러기떼 울음 지우고 떠나간 초겨울 서쪽 하늘 날마다 시린 뼈를 엮어서 그물이나 던집니다 보이시나요 얼음칼로 베어낸 부처님 눈썹 하나 2022. 10. 11.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7) 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2022. 10. 10.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6) 10월 / 문인수 호박 눌러 앉았던, 따 낸 자리, 가을의 한복판이 움푹 꺼져 있다 한동안 저렇게 아프겠다 2022. 10. 9.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5) 시월의 시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서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2022. 10. 8.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4) 여름날ㅡ 마천에서 / 신경림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 보다 차가 갑자기 부른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첨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 냄새를 풍기고 있다. 2022.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