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350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5) > -김남주 밴밴한 얼굴의 계집은 그 처녀를 기생오라비 같은 난봉꾼에게 바치고 그것도 허영에 들떠서 바치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사내는 그 총각을 서울역이나 청량리 근처 어디 갈보한테 바치고 그것도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바치고 모년 모월 모시 모처에서 그들은 나는 총각 너는 처녀 선남선녀로 만났다네 모년 모월 모시 모처에서 그들은 신랑신부가 되어 주례 앞에 섰다네 그랬다네 2022. 9. 18.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4) > -김남주 내 안에 비수 하나 있었다 그걸 꺼내 독점과 폭정의 심장을 찾아 밤의 거리를 헤매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에게는 한때나마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 그 무렵 내 나이는 팔팔한 나이 조국과 전선의 이름으로 내 모든 것을 바쳐 싸워야 한다고 다짐할 줄 알았던 좋은 때였으니 그날 밤 나는 얼마나 벅찬 가슴이었던가! 그것은 그러나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다 그날 밤 나와 함께 밀폐된 방에서 투쟁의 칼을 세워 놓고 승리 아니면 죽음을! 맹세했던 동지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승리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나는 그를 찾아 지금 무덤으로 가고 있다 그와 나란히 비수를 품고 밤길을 걸었던 그 길을 따라 신향식 동지--- 사형대의 문턱에 한 발을 올려놓고 고개 돌려 그가 나에게 했던 말 그것은 죽으면 내 무덤에.. 2022. 9. 17.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 (303) > -김남주 오늘밤 아니면 내일 내일밤 아니면 모레 넘어갈 것 같네 감옥으로 증오했기 때문이라네 재산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자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네 노동의 대지와 피곤한 농부의 잠자리를 한마디 남기고 싶네 떠나는 마당에서 어쩌면 이 밤이 이승에서 하는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니 유언이라 해도 무방하겠네 역사의 변혁에서 최고의 덕목은 열정이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다 된 것은 아니네 지혜가 있어야 하네 지혜와 열정의 통일 이것이 승리의 별자리를 점지해 준다네 한마디 더 하고 싶네 적을 공격하기에 앞서 반격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공격을 삼가게 패배에서 맛본 피의 교훈이네 잘 있게 친구 그대 손에 그대 가슴에 나의 칼 나의 피를 남겨두고 가네 남조선민족해방전선만세! 2022. 9. 16.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2) > -김남주 타고난 양반이었기에 너의 아버지는 손에 흙 한 줌 안 묻힌 부자였고 타고난 상놈이었기에 나의 아버지는 나이 마흔에 허리가 구부러졌고 손가라이 쇠갈퀴가 되도록 흙을 파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난 너는 시도 때도 없이 꿀맛처럼 달콤한 강정을 빨았고 가난의 자식으로 태어난 나는 때묻은 손가락이나 더럽게 빨아야 했다 나는 보았다 내 어린 시절에 상놈의 딸을 사고 파는 양반들을 나는 보았다 내 어린 시절에 남의 아내 희롱하고 겁간하고도 탈없이 잘도 사는 부자들을 나는 보았다 내 어린 시절에 양반의 도덕에 감히 어쩌지 못하고 제 마누라한테나 화풀이를 하는 상놈들을 나는 보았다 내 어린 시절에 부자의 윤리에 그 가슴에 낫을 꽂고 까막소로 끌려가는 가난뱅이 자식들을 그렇다 양.. 2022. 9. 15.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1) > -김남주 서른에서 마흔몇 살까지 황금의 내 청춘은 패배와 투옥의 긴 터널이었다 이에 나는 불만이 없다 자본과의 싸움에서 내가 이겨 금방 이겨 혁명의 과일을 따먹으리라고는 꿈에도 생시에도 상상한 적 없었고 살아 남아 다시 고향에 돌아가 어머니와 함께 밥상을 대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나 또한 혁명의 길에서 옛 싸움터의 전사들처럼 가게 될 것이라고 그쯤 다짐했던 것이다 혁명은 패배로 끝나고 조직도 파괴되고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 부끄럽다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징역만 잔뜩 살았으니 이것이 나의 불만이다 그러나 아무튼 나는 싸웠다! 잘 싸웠거나 못 싸웠거나 승리 아니면 죽음! 양자택일만이 허용되는 해방투쟁의 최전선에서 자유의 적과 싸웠다 압제와 노동의 적과 싸웠다 자본과 펜을 들고 싸웠다 칼을 들고.. 2022. 9. 14.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0) > -김남주 1 똑 똑 똑 벽을 세 번 두드려 ㄷ을 쓰고 찍 벽을 한 번 그어서 그 옆에 ㅏ를 붙이고 똑 똑 다시 벽을 두 번 두드려 그 밑에 ㄴ을 달면 단자가 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벽을 두드리고 그어서 방에서 방으로 동지들에게 전한다 단식의 단자와 식자를 전하고 투쟁의 투자와 쟁자를 전한다 2 징역 초기에 우리는 단식을 밥 먹듯이 했다 가다밥의 크기가 3등에서 4등으로 작아졌다고 그랬고 가다밥에 박힌 콩알이 50개에서 마흔 몇 개로 줄었다고 그랬고 운동시간 5분을 늘리느라 그랬고 미역국에 시래기 대신 담배꽁초가 떴다고 그랬다 3 오늘 아침 우리는 단식에 들어갔다 일주일에 한번씩 나오는 엄지발가락만한 돼지고기가 안 나왔기 때문이다 하루 굶고 이틀 굶고 한 고비 사흘을 넘기.. 2022. 9. 13.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99) > -김남주 밤에 누가 문을 두드리면 내 가슴은 덜컥 내려앉고 내 머리는 순간적으로 체포 감금 고문 재판 투옥의 단어를 기계적으로 떠올린다 아 언제 나는 자유를 노래하고 감시의 눈을 의식함이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까 아 언제 나는 노동자를 두둔하고 자본의 보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아 언제 나는 체포 구금 고문 재판 투옥의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고 시를 쓰고 집회장에 갈 수 있을까 아 언제 나는 언제 나는 집에 돌아와 문 두드리는 소리에 겁을 먹지 않고 밤의 잠자리에서 편히 쉴 수 있을까 아내가 울고 있다 이불 속에서 젖먹이 아이를 꼭 껴안고 2022. 9. 12.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98) > -김남주 압제와의 싸움에서 나는 지고 이곳에 내가 갇힌 지 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9년이산 세월 그것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아홉 바퀴 돌고 달이 지구의 둘레를 백여덟 바퀴를 도는 행로라 합니다 나는 그동안 9년 동안 동산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서산 너머로 달이 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자연으로부터도 버림받았으니 별 하나 내 머리 위에서 빛나지 않습니다 자본의 세계에서 쫓겨나 이곳에 내가 갇히고 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9년이란 세월 그것은 신랑이 신부를 맞아 신방을 꾸미고 결혼 십 주년을 바라보는 해와 달입니다 새로 태어난 아기가 나무처럼 자라서 재롱을 피우고 아침 저녁으로 징검다리 건너 학교에 갔다올 나이입니다 나는 어제 보았습니다 거울 앞에서 반백이 된 내 머리를 그리고 .. 2022. 9. 11. [고3,수험생]수능대비일일학습(297) > -김남주 눈이 내린다 싸락눈 소록소록 밤새도록 내린다 뿌리뽑혀 이제는 바싹 마른 댓잎 위에도 내리고 허물어진 장독대 금이 가고 이빨 빠진 옹기그릇에도 내리고 소 잃고 주저앉은 외양간에도 내린다 더러는 마른자리 골라 눈은 떡가루처럼 하얗게 쌓이기도 하고 닭이 울고 날이 새고 설날 아침이다 새해 새아침 아침이라 그런지 까치도 한두 마리 잊지 않고 찾아와 대추나무 위에서 운다 까치야 까치야 뭣하러 왔냐 때때옷도 색동저고리도 없는 이 마을에 이제 우리집에는 너를 반겨줄 고사리손도 없고 너를 맞아 재롱 피울 강아지도 없단다 좋은 소식 가지고 왔거들랑 까치야 돈이며 명예 같은 것은 그런 것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죄다 주고 나이 마흔에 시집올 처녀를 구하지 못하는 우리 아우 덕종이한테는 행여 주눅이 들지 않도록 .. 2022. 9. 10. 이전 1 ··· 3 4 5 6 7 8 9 ··· 3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