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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4)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9. 17.

 

<< 잣나무나 한 그루 >>

 

-김남주

 

내 안에 비수 하나 있었다 그걸 꺼내

독점과 폭정의 심장을 찾아

밤의 거리를 헤매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에게는 한때나마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 그 무렵 내 나이는 팔팔한 나이

조국과 전선의 이름으로 내 모든 것을 바쳐

싸워야 한다고 다짐할 줄 알았던 좋은 때였으니

그날 밤 나는 얼마나 벅찬 가슴이었던가!

 

그것은 그러나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다

그날 밤 나와 함께 밀폐된 방에서 투쟁의 칼을 세워 놓고

승리 아니면 죽음을! 맹세했던 동지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승리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나는

그를 찾아 지금 무덤으로 가고 있다 그와 나란히

비수를 품고 밤길을 걸었던 그 길을 따라

 

신향식 동지---

사형대의 문턱에 한 발을 올려놓고

고개 돌려 그가 나에게 했던 말 그것은

죽으면 내 무덤에 잣나무나 한 그루 심어다오

그뿐이었다

 

나는 지금 그의 무덤 앞에 와 있다

어엿하게 장성한 그의 아들과 함께

소복을 입은 그의 부인과 함께

무덤가에 한 그루 나무를 심고

그 밑에 예의 비수도 하나 꽂아놓는다

그날 밤 우리가 다짐했던 맹세

승리 아니면 죽음을! 가슴에 되새기며

 

그렇다 이 나무는 동지의 나무다

민족의 나무 해방의 나무 밥과 자유의 나무다

사람들아 서러워 말아라 이 나무 밑에서

죽음에는 나이가 없는 법이다 역사에서 위대한 것은

승리만이 아니다 패배 또한 위대한 것이다

이 땅에서 아름다운 것 그것은 싸우는 일이니

그것을 다른 데서 찾지 말아라

찾아라 이 나무 밑에서 칼과 피의 나무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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