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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11)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9. 24.

 

 

 

<< 밤길 >>

 

-김남주

 

나를 보더니 보자마자 고선생이

남주야 남주야 다급하게 부르더니

다짜고짜 나를 데리고 근처 다방으로 갔다

거기 어디 구석지고 으슥한 데에 나를 앉혀놓고

은밀하게 타일렀다

 

너 말이야 앞으로 조심 좀 있어야겠더라

어제 말이야 우연히 저쪽 사람 하나를 만났는데 말이야

그 사람 말을 그대로 옮겨볼 것 같으면 말이야

감옥에서 나와서까지 남주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하고 다니고

그런 식으로 글을 쓰고 하면

우리들이 곤란하다고 그러더라

 

출옥하고 나서 그동안 2년 동안

나는 이런 소리를 여러 차례 들어왔다

기원이를 만나러 검찰청에 갔다 온 시영이한테도 들었고

무슨 일로 남영동에 갔다 왔다는 수택이한테도 들었고

달포 전에는 남산 어딘가에서 들었다면서

형식이가 밤중에 전화까지 해줬다.

 

고선생과 헤어지고 나는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밤길을 걸었다

광화문 지하도를 뚫고

헌병이 어깨총을 하고 있는 미대사관 철문을 지나

울산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이 땅바닥에 천막을 쳐놓고

앉아버티기 싸움을 하고 있는 어느 재벌회사의 건물

앞마당에서 잠시 발을 멈췄다

 

건물의 문이란 문은 죄다 입을 다물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그 입에 대고 뭐라고 뭐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우리도 사람이다 식수 좀 쓰자

우리도 사람이다 화장실 좀 쓰자

우리도 사람이다 눈비 좀 피해 자자

 

눈 오는 날 비까지 와서 미끄러운 길바닥

오늘은 어디 싸구려 여인숙에나 가서 자고 갈까

이런 계산을 하면서 나는 나에게 물어보았다

어떤 식으로 내가 글을 쓰고 말을 하고 다녔길래 그들을 곤란하게 했을까

어떤 식으로 내가 말을 하고 글을 써야 그들을 곤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311일수능선택기하.pdf
0.98MB
311일수능선택확통.pdf
1.06MB
311일수능선택미적분.pdf
0.96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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