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에 대하여 >>
-김남주
자유를 내리소서 자유를 내리소서
십자가 밑에 무릎 꿇고 주문 외우며
기도 따위는 드리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대지의 자식인 나는
자유 좀 주세요 자유 좀 주세요
강자 앞에 허리 굽히고 애걸복걸하면서
동냥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직립의 인간인 나는
왜냐하면 자유는
하늘에서 내리는 자선냄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유는
위엣놈들이 아랫것에게 내리는 하사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는 인간의 노동과 투쟁이 깎아세운 입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타는 입술을 적시는 술과도 같은 것
그것은 허기진 배에서 차오르는 밥과도 같은 것
그것은 검은 눈에서 빛나는 별과도 같은 것
선남선녀가 달무리의 원을 그리며
노래하고 춤추는 대지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오 자유여 어떤 욕심쟁이가 있어
그대를 가로채어 독차지하고
그대 주위에 담을 쌓고 철망을 치고
한낮의 거리에 미친 개를 풀어놓는다면
오 그러기에 자유여 어떤 심보 사나운 자가 있어
그대 가슴에 그대 숨통에 쇠뭉치와 군홧발을 올려놓는다면
나는 싸울 것이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되어
나는 싸울 것이다 손아귀를 떠난 창이 되어
나는 싸울 것이다 나무꾼이 휘두르는 도끼와 함께
나는 싸울 것이다 쇠붙이를 녹이는 대장간의 풀무와 함께
나는 싸울 것이다 군화를 찢어발기는 푸줏간의 칼과 함께
그러면 그때 가서는 눈먼 장님의 지팡이도
미친 개를 패주는 도리깨로 변할 것이며
굴속에 웅크리고만 살았던 겁쟁이 토끼들도 뛰쳐나와
눈알을 부라리며 욕심쟁이에게 덤벼들 것이다
그러면 그때 가서는 산에 들에 풀들도
고개를 치켜들고 일어나 폭정의 바람에 달겨들 것이며
길가에서 버림받은 돌멩이들까지도
솟아오르는 총알이 되어 놈들의 심장에 닿을 것이다
그러면 그때 가서는 그러면 그때 가서는
그동안 하늘에서 빛을 잃고 눈이 멀었던 별들도 다시 눈을 뜨고
달과 함께 강물에 자유의 문자를 아로새기며
나와 함께 전진할 것이다
자유를 위한 싸움에는 끝이 없다
빼앗긴 자유를 위한 대지와 인간의 싸움에는
낮과 밤의 휴식이 없다
최후의 압제자가 쓰러질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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