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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 수능대비 일일학습(177)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5. 13.

서시 / 박영근


가다가 가다가
울다가 일어서다가
만나는 작은 빛들을
시라고 부르고 싶다.

두려워 떨며 웅크리다
아주 어두운 곳으로 떨어져서
피를 흘리다 절망하는 모습과
불쌍하도록 두려워 떠는 모습과
외로워서 목이 메이도록
그리운 사람을 부르며
울먹이는 모습을,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지나간 시절이 원죄처럼 목을 짓누르는
긴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을
맺히도록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고 부딪치고
부딪쳐서 굳어진 것들을 흔들고
흔들어 마침내
다른 모든 생명들과 함께
흐르는 힘을
시라고 부르고 싶다.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서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일을
뉘우치는 시간들 속에서
때때로 스스로의 맨살을 물어뜯는
외로움 속에서 그러나
아주 겸손하게 작은 목소리로
부끄럽게 부르는 이름을
시라고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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