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의 끝 >>
-김남주
그동안 내 심장은 십 년 이십 년
바위 끝을 자르는 칼바람의 벼랑에서 굳어 있었다
너무 굳어 있었다
이제 그만 내려가자
등성이를 타고 에움길 돌아
종다리 우는 보리밭의 아지랑이 속으로
가서 내 심장 춘삼월 훈풍에 녹이자
그동안 몇십 년 동안
때라도 묻은 것이 있으면 고개 넘어
불혹의 강물에 가서 씻어내리고
그러자 그러자 잠시
찬바람 이는 언덕에서 내려와
찔레꽃 하얗게 아롱지는 강물에
내 심장 깊이깊이 담그고 거기
피묻은 자국이라도 있으면 그것마저 씻어내고
내 마음의 거울 손바닥만한 하늘이라도 닦자
맑게맑게 닦아 그 자리에
무엇 하나 또렷하게 새겨넣자
이를테면 별처럼 아득한 것
절망의 끝이라든가
내가 아끼는 사람 이름 석 자 같은 것이라든가
반응형
'일일학습 > 수능일일학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75) (0) | 2022.05.11 |
---|---|
[고3, 수험생]수능대비일일학습(174) (0) | 2022.05.10 |
[고3, 수험생]수능대비일일학습(172) (0) | 2022.05.08 |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71) (0) | 2022.05.07 |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70) (0) | 2022.05.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