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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20)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3. 17.

들꽃이야기-아까시나무

강우근

숲은 또 한 차례 흰 꽃 사태로 덮일 것이다. 5월 숲에서는 팥배나무, 노린재나무, 때죽나무, 찔레와 산딸기 그리고 아까시나무 따위 흰 꽃들이 줄줄이 피어날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아까시나무 흰 꽃 사태는 그야말로 봄의 절정이다. 아까시나무 하면 한 번쯤 꽃을 훑어서 먹고 잎을 따며 놀았던 경험이 모두들 있을 게다. 아마 어린 시절 추억 속에 등장하는 가장 친근한 나무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한편 아까시나무는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많은 오해를 받아온 나무이기도 하다.

아까시나무는 이름조차 제대로 불려지지 못하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잘 몰라도 '아카시아'라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카시아는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자라는 다른 나무 이름이다. 아까시나무와 같은 콩과식물에 속하지만 속(屬)이 서로 다른 나무이다. 아까시나무 학명이 '수도-아카시아(Pseudo-acacia)'인데 이 뜻은 '가짜아카시아'란 뜻이다. 아마도 아카시아처럼 가시가 있고 또 작은 잎이 여러 장 모여서 달리는 게 닮아서 그렇게 이름 붙여진 것 같다. 그런데 가짜 아카시아가 이 땅에 건너와서 그냥 진짜 아카시아로 불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까시나무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한 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무이기도 하다. 아까시나무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다. 개항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고 일제 시대 때 공출로 베어진 헐벗은 산을 녹화하려고 심어지기 시작해서, 해방 이후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을 푸르게 하려고 또 널리 심어졌다.

아까시나무는 빠르게 자랄 뿐 아니라 질소를 고정시키는 뿌리혹이 있어서 헐벗은 땅에서도 잘 자란다. 불과 반세기 전 나무 한 그루 없던 민둥산을 푸르게 만드는 데 아까시나무는 톡톡히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숲이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자 아까시나무는 어느덧 쓸모 없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버렸다. 독성을 내어 다른 식물을 자라지 못하게 하고 잘라내면 더 악착같이 옆으로 옆으로 뿌리를 뻗고 뿌리에서 가시투성이 줄기를 내어 숲을 가시덤불로 만드는 깡패로 낙인 찍혀 버린 것이다. 산업 역군이라 불리며 밤낮 없이 일하다 이젠 필요 없게 되었다고 퇴출당하는 이 시대 노동자 처지처럼 말이다.

아까시나무에 대한 진실 두 가지.

첫째, 아까시나무는 꽃과 잎, 열매, 목재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쓰임새 많은 나무다. 꽃과 잎도 무쳐먹고 볶아먹고 튀겨먹고 나물로 샐러드로 언제든지 훌륭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말린 잎과 꽃은 좋은 차가 될 수도 있다. 또 아까시나무 꽃과 잎, 열매, 뿌리는 그 약효만 제대로 알아도 명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좋은 약이기도 하다. 꽃에서는 꿀을 딸 수 있고 잎은 사료로 쓰이며 목재 또한 단단하고 무늬가 아름다워서 고급 목재로 쓰인다.

둘째, 아까시나무는 자꾸 베어내면 점점 더 성질이 사나워져서 가시만 무성해지는 가시덤불이 되고 만다. 목재로도 사용할 수 없고 숲도 망치게 된다. 아까시나무를 없애는 방법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아까시나무는 자람이 무척 빠른데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는다. 50년쯤 자라면 제 무게를 견지지 못해 비바람에 뿌리째 뽑혀 쉬이 쓰러진 버린다. 이렇게 아까시나무는 스스로 생명을 다하고 지금 숲의 주인인 참나무한테 자리를 내어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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