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서양민들레
강우근
황사가 심하던 날 시장 골목 귀퉁이에서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는 서양민들레를 보았다. 꽃대가 거의 없이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꽃을 피우고 있다. 힘껏 목을 빼고 듬뿍 햇볕을 받으며 꽃 피우고 싶을 텐데 그러기엔 아직 때가 일렀던가 보다.
솜털 달린 씨앗이 다 날아가 버린 빈 꽃대를 보니 이 꽃이 처음은 아닌가 보다. 겨울에도 양지바른 곳에서는 꽃을 피우기도 하니까 이 꽃이 그다지 이른 것도 아니다. 꽃송이를 싸고 있는 총포가 뒤로 훌렁 젖혀 있는 걸 보니 확실히 서양민들레다.
서양민들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에서 건너온 풀이다. 일제 시대 때 들어왔다니 우리 땅에서 삶이 채 백 년이 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서양민들레는 우리 토박이 민들레가 뿌리내리고 있는 영토 대부분을 차지해 버렸다. 민들레는 이제 시골에서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민들레는 봄 한철 꽃을 피우지만 서양민들레는 늦은 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을 피운다. 서양민들레는 꽃가루받이가 되지 않아도 자기 복제 종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니 한 포기만 떨어져서 자라도 열매 맺고 번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서양민들레가 이렇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까닭은 사람들에 의한 개발과 자연 파괴 덕분이다.
서양민들레가 융단을 깔아놓은 듯 무더기로 자라는 곳은 새로 생겨난 도로 면이다. 잘 닦여진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서양민들레 역시 도로를 따라 빠르게 퍼져나간다. 어떤 이들은 서양민들레 때문에 ‘우리 민들레’ 보기가 힘들어졌다며 서양민들레를 탓하기도 한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민들레나 서양민들레는 모두 참 강한 풀이다. 뿌리를 토막내서 심어도 다시 싹을 내고 자라난다. 서양민들레도 잎은 물론 뿌리와 꽃까지 먹을 수 있다. 아무 때나 뜯어서 먹을 수 있고 조금 쌉쓰름해도 그냥 간편하게 생채로 먹을 수도 있다. 이렇게 꾸준히 먹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위가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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