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살고 있었네 >>
-김남주
이북 사람하고 우리하고 싸우면
우리가 판판이 이기겄습디다
이 말은 서해바다 먼 바다 연평도에서 조기잡이하다가
납북되어 한 일 년 이북에 억류되어 살다가
대한민국 알뜰하고 살뜰한 그 자유의 품으로 돌아와
처자식 보고 싶은 남해바다 섬마을에는 살지 못하고
전라도라 어디 열 길 담장 너머에서
한 십 년 만기로 징역살이하고 있는
어느 늙은 어부의 이야기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릅니다
이북 사람하고 우리하고 싸우면
우리가 판판이 이기겄습디다 하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아이 같은 늙은 어부의 말을 듣고
그러나 나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안심의 깊이와 그 내력을
영악하기가 백 년 묵은 여우쯤으로 되어야
남한테 아니 홀리고 제것이나마 챙길 수 있다는 당신 앞에서는
뻔뻔스럽기는 천 년 묵은 잔나비 같고 그 똥구녁 같고
사나웁기는 들짐승 발톱을 닮아야 그래야
제것 남에게 아니 뺏기고 밥이라도 한 술 배차게 먹을 수 있다는
당신 앞에서는
삶의 터전이 흡사 전쟁터와도 같아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자가 제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고
이북을 경쟁과 대결의 대상이 아니라
화해하고 협력하는 민족공동체라 선언해놓고
누가 있어 이북 사는 사람 모양을 한마디라도 좋게 말하면
그것을 이적행위로 단죄하고 잡아가두는 당신 나라의 법률 앞에서는
* '사람이 살고 있었네' 는 [창작과비평] 1989년 겨울호에 실린
황석영의 글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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