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굴이
백석
이 세상 어느 곳에
새 한 마리 산다네.
재주 없고 게으른
새 한 마리 산다네.
새맨가 하면
새매 아니고
독수린가 하면
독수리 아닌,
날쌔지도 억세지도 못한
새 한 마리 산다네.
갈밭 우물 빙빙
떠돌다가는
동비탈에 풀썩
내려 앉고,
동비탈에 우두머리
깃을 다듬단
이 논배미 저 논배미
넘고 넘네.
나는 새를
잡으려 하나
날쌔지 못해 못 잡고
기는 짐승을
잡으려 하나
게을러서 못 잡고,
하늘에 떠서는
메추리 생각만,
땅에 앉아선
들쥐 생각만.
아침 가고
낮이 오고,
낮 가고
저녁이 와.
재주 있고 부지런한
뭇새들이
배부르고 즐거워
노래 부르며
보금자리 찾아서
돌아들 올제,
이 세상 어느 곳
새 한 마리,
재주 없고 게으른
새 한 마리는
날아가고 날아오다
눈에 띠우는
말꽁덩이 바라고
내려앉네,
메추리로 여겨서
내려앉네,
들쥐로 여겨서
내려앉네.
재주 없고 게으른
새 한 마리
말똥덩이 타고 앉아
쿡쿡 쪼으며
멋없이 성이 나
중얼대는 말―
(털이나 드문드문
났으면 좋지,
피나 쭐쭐
꼴으면 좋지!)
이때에 지나가던
뭇새들이
이 꼴이 우스워
내려다보며
서로 지껄여
우여주는 말―
(재주 없고 게을로
말똥만 쫓는
네 이름 다름 아닌
말똥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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