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청미래덩쿨
강우근
요즘 같은 철, 집에서 가까운 야산에 오르다 보면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청미래덩굴을 볼 수 있다. 덩굴 마디마다 굵은 콩알만한 열매를 열 개쯤 뭉쳐 달고 있는 모습이 칙칙한 겨울 숲에서 도드라져 보인다. 맛있어 보여 따먹으면 살집은 적고 씨앗만 씹혀, 빨간 색 열매가 보기와는 달리 맛이 없다. 그렇지만 텁텁한 이 열매도 먹을 게 귀한 겨울 숲에선 산새들의 소중한 식량이 될 것이다.
청미래덩굴은 산에 흔히 자라는 나무 덩굴이지만 그 모양새는 참 독특하다. 가까이 가서 보면 갈고리처럼 생긴 가시가 인상적이다. 잎은 별나게 생겼다. 컴퍼스로 그린 것처럼 동그랗게 생긴 잎을 보면 '나뭇잎이 이렇게 생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을에 잎이 지는 나무이면서 남쪽 지방의 상록 활엽수처럼 두툼하고 윤기 나는 잎을 달고 있는 것은 신기하다. 뿌리도 특이하다. 혹처럼 울퉁불퉁한 굵은 덩이뿌리가 줄줄이 달려 옆으로 길게 자라는데 긴 것은 4∼5미터나 된다.
청미래덩굴은 그 생김새만큼이나 신기한 약효를 지니고 있다. 수은이나 니켈, 카드뮴 같은 중금속 따위 독을 푸는 데 그 효과가 뛰어나다. 중금속 분진을 마시고 농약으로 오염된 음식을 먹으며 조금씩 병들어 가는 우리들한테 꼭 필요한 약이다. 뿌리를 달인 물을 몇 일 마시면 웬만한 수은 중독은 풀린단다. 항암 효과도 있어서 북한이나 중국에서는 청미래덩굴 뿌리를 항암 치료에 흔히 쓴다고 한다.
담배를 끊을 때 청미래덩굴 잎을 사용하기도 한다. 청미래덩굴 잎을 담배처럼 둥글게 말아 피우면 금단 현상 없이 한두 달만에 담배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 잎을 말려 부스러뜨려 종이에 말아 피우기도 한단다. 뿌리에는 녹말이 많이 들어 있어 쓴 기운을 없앤 후 밥에 섞어 먹기도 했고, 봄에 연한 새순을 뜯어 나물로 무쳐먹기도 했단다. 또한 언제든 잎을 따서 차 대신 마실 수도 있다.
겨울 숲에서 청미래덩굴을 보거든 가만히 다가가서 살펴보자. 붉은 열매를 달고 새들을 부르며 그 이름처럼 푸른 숲을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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