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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132)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3. 29.

들꽃이야기-단풍나무

강우근

여름내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들은 소슬바람과 함께 울긋불긋 색을 바꾸기 시작했다. 남쪽에서부터 진달래 꽃물로 붉게 물들었던 산은 이번에는 북쪽에서부터 다시 한번 붉게 단풍으로물들 것이다.

단풍나무는 봄에 꽃이 핀다. 그 꽃은 작고 소박해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단풍나무가 꽃 피고 지는 걸 보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붉게 물든 단풍잎은 누구나 한번쯤 책갈피에 끼워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려 했을 것이다. 지는 잎이 꽃보다 아름답다.

설악산이나 북한산쯤에서 만나게 되는 단풍나무는 실은 당단풍나무다. 단풍나무는 내장산 아래쪽 남쪽 지방에서나 볼 수 있다. 단풍나무 무리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봄이면 사람들에게 수액을 수탈 당하는 고로쇠나무가 유명하다. 단풍색은 복자기나무와 신나무가 가장 아름답다. 북아메리카에서 가져 들어와 가로수로 심은 은단풍나무와 여름에도 붉은 색 잎을 달고 있는 일본 원산의 노무라단풍은 굳이 산에 가지 않아도 쉽게 볼 수 있지만 단풍나무 멋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가을 들어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해나 가을 가뭄이 심한 해는 단풍이 덜 아름답다. 채 물들기 전에 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물지 않고 알맞게 건조하고 햇볕이 많이 비치면서 기온이 천천히 내려가는 해의 단풍이 아름답다.

이제 잎은 할 일을 다했다. 물 공급도 그쳐가고 엽록소도 분해되면 붉은 색소인 화청소가 새롭게 생겨나 잎은 붉게 물들게 된다. 잎자루와 나뭇가지 사이에 '떨켜'라는 층이 생겨서 물과 양분이 지나던 관이 막히고 결국 잎사귀는 찬바람에 날려 떨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다. 잎이 떨어지고 난 자리를 잘 보면 잎이 떨어진 흔적 위로 다음 해에 푸른 잎으로 자라는 겨울눈이 남겨진 것을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늙을수록 추해져 가는 것이 많다. 점점 탁해지고 회색으로 늙어 가는 여러 군상들을 볼 때, 문득 똑같이 퇴색해 가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때, 단풍나무가 생각난다. 단풍나무가 더 아름다운 것은 붉은 뒷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것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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