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방가지똥
강우근
몇 해 전부터는 한겨울에 노란 방가지똥 꽃을 자주 보게 되었다. 겨울 기온이 점점 오르기 때문인지 그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방가지똥은 한해살이풀이기도 하고 두해살이풀이기도 하다. 두해살이풀 방가지똥은 가을에 싹이 트고, 겨울은 땅바닥에 바짝 누워 로제트 상태로 나고, 이른 봄 꽃대가 자라 나와 꽃을 피운다. 그런데 추위가 덜한 겨울에 꽃대를 내어 꽃을 피우기도 하는 것이다. 겨울 추위 때문에 꽃대가 높이 자라지 못하고 잔뜩 웅크린 채로 자라나 한 송이 한 송이 겨우겨우 꽃을 피워내지만 그래도 씨앗을 맺고 또 솜털을 달아서 겨울바람에 날려보낸다.
원산지가 유럽인 방가지똥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라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또렷이 알 수 없다. 다만 이미 오랜 전에 중국을 거쳐 들어와 자라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생각할 따름이다. 철을 가리지 않고 꽃을 피우고 씨를 맺으며 퍼져나간 방가지똥은 지금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라는 풀이 되었다. 방가지똥은 잘 보존된 숲에서는 자라지 못한다. 또 밭으로 들어가서 자라지도 않는다. 방가지똥이 잘 자라는 곳은 길가 빈터나 강 둔치 따위다. 도시 가로수 아래나 길모퉁이, 축대의 좁은 틈도 마다하지 않고 따스한 햇볕만 있으면 싱싱하게 자라난다.
서양민들레처럼 국화과이고 노란 꽃이 피고 씨앗에 솜털이 달려서 바람에 날려 퍼져나가지만 서양민들레처럼 무리 지어 자라지는 않는다. 방가지똥은 거친 길에서 살아가기 위해 잎사귀 가장자리에 제법 가시처럼 억센 톱니를 만들었다. 방가지똥은 가볍고도 유연하게 줄기 속을 비워서 웬만한 바람에는 꺾이지 않는다. 자르면 흰 젖 같은 즙이 나오는데 이 흰 즙에선 쓴맛이 난다.
'방가지똥'이란 정감 어린 이름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얽혀 있을 것도 같은데 아직까지 알려지지는 않았다. 버려진 땅에서 볼품 없이 자라는 풀이라고 그 이름이 의미조차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길가 버림받은 땅에서 끊임없이 다시 살아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방가지똥 이야기는 이제 노동자 목소리로 새롭게 들려져야 하지 않을까. 방가지똥 어린순은 나물로 먹으며 민간에선 풀 전체를 종창이나 대하증 따위에 약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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