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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 095일 수능대비 일일학습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2. 20.

들꽃이야기-작삭나무

강우근

비 한두 차례 내리고 바람 몇 번 휩쓸면 버리면 술렁 가 버리는 게 가을인가 보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져서일까. 올해는 유난히 추위가 일찍 찾아오는 듯하다. 단풍은 산 아래까지 다 내려왔다. 숲 속은 단풍 물든 잎사귀가 떨어져 수북하게 쌓여가고 있다. 이럴 때면 단풍을 여유롭게 감상하기보다는 괜스레 마음만 조급해져서 안절부절 못 하게 된다.

작살나무는 조급해진 발걸음도 한번쯤 멈추어가게 하는 나무다. 작살나무는 산길에서 가장 흔히 만나는 나무 가운데 하나다. 생김새가 너무 평범해서 봄여름엔 알아보는 이가 드물다. 그렇지만 가을이 되어 열매가 영글면 달라진다. 모두들 돌아보는 나무가 되는 것이다. 탱글탱글한 보랏빛 열매를 보면 누구나 '색깔 한번 참 곱다'며 감탄사를 한 마디씩 내뱉게 된다. 아이들도 그 열매를 따 달라고 졸라대곤 한다. 작살나무는 이렇듯 나무 모양새도 소박하고 예쁜 열매도 달고 있는데 어울리지 않게 이름이 '작살나무'다. '나뭇가지로 물고기 잡는 작살을 만들어서…' 생각해 보지만 작살나무는 아무리 둘러봐도 '작살'로 쓰기엔 적당하지 않을 것 같다.

"작살나무 가지는 어느 것이나 원줄기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두 개씩 적당히 마주보고 갈라져 영락없는 작살 모양이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이유미>

작살나무는 잎도 두 장씩 서로 마주보며 붙어 달린다. 가지와 잎이 나는 모양이 마치 작살 같아 보이기도 한다. 작살나무는 그 이름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게 되는 나무다. 그리고 평범해 보이는 모양에서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작살을 찾게 되는 나무다.

작살나무는 잎사귀도 보라색으로 물든다. 아직은 잎이 푸른색 그대로이다. 그런데 열매는 거의 다 떨어져 버렸다. 작살나무 열매는 예쁜 만큼 또 쉽게 떨어져 버린다. 잎사귀를 들쳐 열매를 찾는데 겨울눈이 벌써 나와 있다. 조그만 겨울눈은 참 수수하다. 다른 나무들은 대부분 눈을 비늘 껍질로 싸고 있는데 작살나무는 비늘 한 겹조차 없어서 잎사귀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겨울을 나야 하는 대부분 눈은 아린을 걸치고 있지만… 가막살나무와 작살나무 같은 것은 자기 눈에 아무 옷도 입히지 않은 채 눈얼음 속에 버려두고 있다. 눈이 오든 찬바람이 불든 이 두 가지 관목은 불쌍한 눈에게 얇은 셔츠 한 장 입힐 생각을 않는다" <파브르 식물기>

파브르는 작살나무가 자기 눈을 발가벗긴 채 눈보라 속에 버려 두는 것은 강건한 체질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작살나무는 파브르 얘기처럼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거뜬히 겨울을 견디고 봄이면 어김없이 소박한 새 잎을 펼칠 것이다.

여느 해보다 더 일찍 추위가 느껴지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힘 빠지게 하는 일만 생겨서 잔뜩 움츠려 들었던 가슴을, 작살나무 보면서 한번 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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