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망초
강우근
잡초들은 점점 더 사람을 닮아가나 보다. 사람 사는 둘레서 적응하며 살아가려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 가운데서도 점점 변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 모습을 닮아간다. 언제 송두리째 뽑힐지 모르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 모습을 닮아간다. 잡초들은 쓰레기더미에서도 시궁창 옆에서도 살아간다. 콘크리트 틈에서건 파헤쳐진 땅에서건 질기게 살아간다. 사람이나 풀이나 더 내려갈 곳도 없는 밑바닥 인생들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악착같이 살아간다. '잘난 사람들'은 이 지긋지긋한 삶을 비웃고 동정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벌이는 투쟁에는 두려운 심정을 드러낸다. 잡초 같은 인생은 '폭력 집단'이 되고 잡초들은 '깡패 식물'로 낙인찍힌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전국 각처 원야지를 뒤덮고 자라는 악질적인 귀화식물이다.(「한국의 자연식물」, 서울대출판부, 김태정)" 도감에 실린 망초에 대한 설명이다. 망초가 백여 년 전 북아메리카에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은 사람들 때문이다. 조선 민중을 수탈해가던 배에 실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나라가 망할 즈음부터 자라기 시작한 풀을 보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망초'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게 되었다. 망초라는 이름에는 나라 잃은 조선 민중의 고통스런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망초는 참 못난 풀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지만 '꽃' 같지 않은 자잘한 꽃이 닥지닥지 달려 있는 모습도 참 볼품 없다. 꽃이 지고 씨앗이 맺히면 국화과 식물답게 씨앗에 솜털이 달리는데 허옇게 솜털이 날리는 망초 밭은 지저분해 보인다. 더구나 살아가는 곳이 망가진 땅이나 쓰레기더미다 보니 날리는 풀씨가 꼭 먼지 같아 보인다. 그렇다고 망초를 '악질적인 풀'이라 손가락질하는 것은 억울하다.
못생긴 망초가 만들어 가는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다. 망초는 망가진 땅에 가장 먼저 날아 들어가 자라기 시작하는 풀이다. 아무것도 살지 못하는 땅에서 자라나, 그 죽은 땅을 다른 생물들이 살 만한 곳으로 살려내는 기적 같은 풀이다. 망초는 겨울나는 야생동물 먹이가 되는 생명 같은 풀이다. 사람은 모르지만 야생동물은 안다.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망초 밭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망초는 사람에게도 아낌없이 베푼다. 나물거리가 되고 퇴비가 된다. 망초가 어떻게 해서 악질적인 풀이 되어 버렸을까?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땡땡 얼어버린 땅바닥에서 망초가 추위를 견디며 겨울을 나고 있다. 얼어버린 잎은 푸른빛을 잃고 붉은 색으로 바뀌었다. 그 모습이 땅에서 피어나는 꽃 같다. 로제트 형태로 겨울을 나는 망초 모습은 참 아름답다. 거리에서 추위를 견디며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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