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털별꽃아제비
강우근
길은 온통 낙엽으로 수북하다. 취로 사업 나오신 이들이 쓸고 갔지만 길은 금세 다시 낙엽으로 덮였다. 바람이 불면 낙엽은 이리저리 쓸리면서 버스럭댄다. 할 일을 다 마친 잎사귀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소리이다. 낙엽이 쌓이는 길가엔 털별꽃아제비가 계절을 잊은 듯 여전히 꽃이 한창이다. 털별꽃아제비는 아직 쉴 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털별꽃아제비는 지난 늦봄 찔레와 함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찔레꽃은 봄과 함께 졌고 지금은 여름내 키워온 빨간 열매를 달고 배고픈 겨울새들을 부르고 있지만, 털별꽃아제비는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털별꽃아제비가 우리 둘레에 가장 흔히 자라는 풀이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털별꽃아제비가 우리 가까이서 처음 자라기 시작한 게 30년 전쯤이라 하니 눈에 쉽게 띄게 된 건 불과 10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봄부터 겨울까지 쉬지 않고 꽃 피고 열매를 뿌려온 털별꽃아제비는 빠르게 퍼져 나가서 이제 온 나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풀이 되었다. 털별꽃아제비는 정말 아무데서나 자라는 풀이다. 도시 한가운데서도 눈여겨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로 옆에 심어놓은 쥐똥나무 아래나 건물 앞 화단 회양목 틈새에서 털별꽃아제비는 지금도 꽃을 피우고 있다.
털별꽃아제비는 쓰레기가 버려진 공터 같은 데서 무더기로 자라난다. 쓰레기장에서 많이 자라고 모양새도 볼품 없다 보니, 일본에서는 '쓰레기 국화'란 뜻을 가진 이름이 붙여졌다. 그나마 우리 이름은 나은 편이다. 꽃이 별꽃을 닮았다고 별꽃 아저씨뻘로 불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털별꽃아제비는 별꽃과 전혀 다른 풀이다. 석죽과에 속하는 별꽃과는 달리 털별꽃아제비는 '쓰레기 국화'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화과에 속한다. 털별꽃아제비도 들국화의 한 종류인 것이다. 국화과 꽃이 다 그렇듯이 털별꽃아제비 꽃도 여러 꽃이 한데 모여 한 송이 꽃을 이룬다(두상꽃차례).
쓰레기 더미에서도 무성하게 자라나 들꽃 세상을 만드는 털별꽃아제비는 참 생명력 강한 풀이다. 고향이 열대 지방인데 찬바람 불어대는 초겨울에도 태연히 꽃을 피우고 있지 않은가? 털별꽃아제비도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마냥 볼품 없는 꽃이 아니다.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고 새록새록 정이 가는 사랑이 있다. 털별꽃아제비는 꼭 그런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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