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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 089일 수능대비 일일학습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2. 14.

들꽃이야기-애기똥풀

강우근

봄 얘기 하면 너무 성급한 걸까? 마른 풀잎이나 낙엽을 들추면 그 속엔 벌써 푸릇푸릇 풀잎이 꽤 크게 자라나 있는걸. 산괴불주머니가 한 뼘 정도 자라나 있고 애기똥풀 잎은 어른 손바닥만큼이나 자란 것도 있다. 지난 번 날씨가 살짝 풀렸을 때 겁 없이 자라났다가 이번 추위에 얼어서 시커멓게 시들어 버린 것도 있다. 하지만 시들어 죽어버린 잎 안쪽에선 여전히 싱싱한 새잎이 자라 올라오고 있다. 새잎이 얼든 말든 꽁꽁 언 땅속에서 뿌리는 쉬지 않고 새잎을 밀어 올리면서 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걸 보고 있으면 한겨울인 것조차 잊게 된다.

애기똥풀 작은 잎 하나를 뜯어보면 노란 즙이 흘러나와 맺힌다. 이 노란 즙이 '애기 똥' 같아서 '애기똥풀'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이름이 주는 느낌과 달리 이 노란 즙에는 강한 독성이 있다. 먹으면 경련이 일어나고 동공이 수축하고 호흡 곤란이 오고 많이 먹으면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산괴불주머니 역시 독이 있어 나물로 먹을 수 없다. 산괴불주머니야 이름답게 산에서 주로 자라나지만 애기똥풀은 들에서 흔히 자라기 때문에 들나물 뜯을 때 주의해야 한다. 들나물은 거의 다 먹을 수 있지만 애기똥풀과 미나리아재비는 꼭 구별해서 먹지 말아야 한다. 크게 자라서 노란 꽃이 피면 구별하기 쉽지만 이맘때나 이른봄엔 먹을 수 있는 나물로 보여서 신경 써서 뜯어야 한다.

식물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무기를 만들어낸다. 가시나 억센 털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물리적인 방법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화학무기는 천적들한테 치명적이다. 예전에 소꼴 베러 다니던 시골 아이들은 언니들한테서 애기똥풀 얘기는 꼭 전해 들었다. 그래서 누구나 '젖풀'이라고 부리던 애기똥풀을 가려 낼 줄 알았다. 누구나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독이 있다고 해서 애기똥풀만 따로 골라서 뽑아 버리지는 않았다. 돌로 쌓은 축대나 빈터에는 늘 애기똥풀이 무성하게 자라나서 봄부터 가을까지 노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애기똥풀 꽃은 봄이 되면 당연히 피는 게 아니었다. 겨울 내내 새잎을 만들고 독을 품어 스스로를 지켜냈기 때문에 비로소 꽃 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민중들의 맨주먹 저항조차 지배 계급에겐 두려운 독이 되나 보다. '폭력 시위'는 절대 안 된다고 흥분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정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훨씬 더 독이 올라야 하지 않는가. 지배 계급에게 민중은 언제나 노예 아니면 폭도 아니었는가. 독은 잘만 쓰면 약이 되기도 한다. 애기똥풀 독은 민간에서 피부병이나 소화기 질병, 암 치료 따위에 써왔다. 생명을 죽이는 무서운 독이 생명을 살리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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