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바다여
백석
물결이 온다
흥분에 떠는 흰 물결이
기슭에 철석궁 물을 던진다
울릉도 먼 섬에서 오누란다
섬에선 사람들 굶어 죽는단다
섬에는 배도 다 깨어졌단다.
물결이 온다
격분으로 숨가쁜 푸른 물결이
기슭을 와락 그러안는다
인천,군산 항구에서 오누란다
항구엔 끊임없이 원쑤들이 들어 온단다
항구에선 겨레들이 팔려 간단다.
밤이고 낮이고 물결이 온다,
조국의 남녁 바다 원한에 찬 물결이
그리워 그리운 북으로 온다
밤이고 낮이고 물결이 간다
조국의 북녘바다 거센 물결이
그리워 그리운 남으로 간다
울릉도로도 간다 인천으로도 간다
주리고 떠는 겨레들에겐
일어나라고 싸우라고
고무와 격려로 소리치며
백대의 피맺힌 원쑤들에겐
몰아낸다고, 삼켜 버린다고
증오와 저주로 번쩍이며
해가 떠서도, 해가 져서도
남쪽 북쪽 조국의 하늘을
가고 오고, 오고 가는 심정들 같이
남쪽 북쪽 조국의 바다를
오고 가고, 가고 오는 물결들
이 나라 그 어느 물굽이에서도
또 그 어느 기슭에서도
쏴-오누라고 치는 소리 속에
쏴-가누라고 치는 소리 속에
물결들아,
서로 껴안으라, 우리 그렇게 껴안으리라
서로 볼을 비비라, 우리 그렇게 볼을 비비리라
서로 굳게 손을 쥐라, 우리 그렇게 손을 쥐리라
서로 어께 결으라, 우리 그렇게 결으리라
이 나라 남쪽 북쪽 한피 나눈 겨레의
하나로 뭉친 절절한 마음들 물결 되어 뛰노는
동쪽 바다 서쪽 바다 또 남쪽 바다여
칼로도 총으로도 또 감옥으로도
갈라서 떼여 내진 못할 바다여
더러운 원쑤들이
오직 하나 구원 없는 회한 속에서
처참한 멸망을 호곡하도록
너희들 노호하라 온 땅을 뒤덮을듯
너희들 높이 솟으라 하늘을 무너칠듯
그리하여 그 어느 하루 낮도, 하루 밤도
바다여 잠잠하지 말라, 잠자지 말라
세기의 죄악의 마귀인 미제
간악과 잔인의 상징인 일제
박정희 군사파쇼 불한당들을
그 거센 물결로 천리 밖 만리 밖에 차 던지라.
출전:<문학신문>196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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