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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수능대비일일학습(183)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5. 19.

<< 김병권 선생님 >>

 

-김남주

 

영문도 모르는 사건에 연루되어

고문도 받고 재판도 받고 징역도 한 오 년 받아 겨울이면

동태처럼 언 몸을 마른수건으로 녹이면서 징역살이하다가

만기 차서 담 밖으로 나와서 한두 해 집에 가서

아무도 모르게 불시에 찾아오는 형사들만 알게 살다가

그렇게 살면서 읽을 만한 책이 없어 마르크스를 읽다가

그게 들켜 그게 죄가 되어 그것도 역적죄가 되어

고문도 받고 재판도 받고 징역도 한 삼 년 받고 징역살다가

전향하라 전향하라 전향하라……

비녀꽂이 주리틀기 물먹이기 몽둥이찜질하기……

밥 먹듯이 매를 맞으며 살다가 그러는 사이에

사회안전법인가 뭔가가 생겨 만기 채우고도 집에 가지 못하고

집에 가서 그동안 삼 년 동안 자란 손주 한번 안아보지 못하고

쇠고랑 차고 오랏줄에 묶여 압송차에 실려 감호소에 가서 살다가

그렇게 살다가 또 밖에서 무슨 사건이 터져 거기에 연루되어

고문도 받고 재판도 받고 이번에는 징역보따리도 큼직하게 받아

15년짜리 보따리를 어깨 무겁게 짊어지고

이 감옥 저 감옥 전전하면서 살다가

 

이제 흰머리에 검은 머리 하나 없이 징역살이하시는 선생님

내일은 며늘아기가 손주놈 데리고 면회 온다 했다며

푸른 옷도 깨끗하게 빨아 입으시고

거칠거칠한 수염도 단정하게 다듬으시고

구매 시간 기다려 과자도 서너 봉지 사서 감방 아랫목에 묻어 두고

손주 볼 생각에 잠 못 이루시는 선생님 김병권 선생님

 

 

183일수능선택기하.pdf
1.70MB
183일수능선택확통.pdf
1.72MB
183일수능선택미적분.pdf
1.72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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