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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27)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7. 2.

조당(澡塘)에서
백석

나는 지나(支那) 사람들과 같이 목욕을 한다
무슨 은(殷)이며 상(商)이며 월(越)이며 하는 나라 사
람들의 후손들과 같이
한 물통 안에 들어 목욕을 한다
서로 나라가 다른 사람인데
다들 쪽 발가벗고 같이 물에 몸을 녹이고 있는 것은
대대로 조상도 서로 모르고 말도 제각금 틀리고 먹고
입는 것도 모두 다른데
이렇게 발가들 벗고 한 물에 몸을 씻는 것은
생각하면 쓸쓸한 일이다
이 딴 나라 사람들이 모두 이마들이 번번하니 넓고
눈은 컴컴하니 흐리고
그리고 길즛한 다리에 모두 민숭민숭하니 다리털이 없는 것이
이것이 나는 왜 자꾸 슬퍼지는 것일까
그런데 저기 나무판장에 반쯤 나가 누어서
나주볕¹을 한없이 바라보며 혼자 무엇을 즐기는 듯한
목이 긴 사람은
도연명(陶淵明)은 저러한 사람이였을 것이고
또 여기 더운 물에 뛰어들며
무슨 물새처럼 악악 소리를 지르는 삐삐 파리한 사람은
양자(楊子)라는 사람은 아모래도 이와 같었을 것만 같다
나는 시방 옛날 진(晋)이라는 나라나 위(衛)라는 나라에 와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 같다
이리하야 어쩐지 내 마음은 갑자기 반가워지나
그러나 나는 조금 무서웁고 외로워진다
그런데 참으로 그 은(殷)이며 상(商)이며 월(越)이며
위(衛)며 진(晋)이며 하는 나라 사람들의 이 후손들은
얼마나 마음이 한가하고 게으른가
더운 물에 몸을 불키거나 때를 밀거나 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제 배꼽을 들여다보거나 남의 낯을 쳐다보거나 하는 것인데
이러면서 그 무슨 제비의 춤이라는 연소탕(燕巢湯)이
맛도 있는 것과
또 어늬 바루² 새악씨가 곱기도 한 것 같은 것을 생각
하는 것일 것인데
나는 이렇게 한가하고 게으르고 그러면서 목숨이라든가 인생이라든가 하는 것을 정말 사랑할 줄 아는
그 오래고 깊은 마음들이 참으로 좋고 우러러진다
그러나 나라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글쎄 어린아이들도 아닌데 쪽 발가벗고 있는 것은
어쩐지 조금 우스웁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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