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에 대하여 >>
-김남주
할머니는 산그늘에 앉아 막대기로 참깨를 털고
어머니는 따가운 햇살 등에 받으며 호미로 고추밭을 매고
아버지는 이랴 자랴 소를 몰아 논수밭에서 쟁기질을 하고
나는 나는 학교 갔다 와서 산에 들에 나가
망태 매고 꼴을 베기도 하고 염소를 먹이기도 했지요
나는 보고는 했지요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깨를 터시다 말고 막대기를 훼훼 저어
모밀밭을 해치는 산짐승을 쫓는 시늉을 하는 것을
나는 보고는 했지요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김을 매시다 말고 사금파리를 주워
고춧잎에 붙은 진딧물을 긁어내는 것을
나는 보고는 했지요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쟁기질을 잠시 멈추시고 꼬챙이를 깎아
황소 뒷다리에 붙은 진드기를 떼어내는 것을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시에는
그 시절 우리 식구들이 미워했던 것들---
산짐승 진딧물 진드기 같은 것이 자주 나오지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시에는
그런 것들을 내치느라 일손을 잠시 놓으시고
우리 식구들이 대신 들었던 것들---
막대기 사금파리 꼬챙이 같은 것이 많이 나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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