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베개 노래
김소월
(1)
첫날에 길 동무
만나기 쉬운가
가다가 만나서
길동무 되지요.
날 긇다 말어라
家長님만 임이랴
오다가다 만나도
정 붙들면 임이지.
花紋席 돗자리
녹燭臺 그늘엔
칠십 년 고락을
다짐 둔 팔베개.
드나는 곁방의
미닫이 소리라
우리는 하룻밤
빌어 얻은 팔베개.
(2)
朝鮮의 江山아
네가 그리 좁드냐
三千里 西道를
끝까지 왔노라.
三千里 西道를
내가 여기 왜 왔노
南浦의 사공님
날 실어다 주었소.
집 뒷山 솔밭에
버섯 따던 동무야
어느 뉘집 家門에
시집가서 사느냐.
嶺南의 晋州는
자라난 내 고향
父母 없는
고향이라우.
(3)
오늘은 하룻밤
단잠의 팔베개
내일은 想思의
거문고 베개라.
첫닭아 꼬꾸요
목 놓지 말아라
품 속에 있던 임
길차비 차릴라.
두루두루 살펴도
金剛 斷髮嶺
고갯길도 없는 몸
나는 어찌하라우.
嶺南에 晋州는
자라난 내 고향
돌아갈 고향은
우리 님의 팔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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