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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4월 28일 일일학습(147)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4. 13.

<< 동두천에서 >>

 

-김남주

 

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인가

옆구리에 하나씩 여자를 꿰차고

술집과 술집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저 사람들이

그동안 사십 몇년 동안 나의 자유를 지켜준 사람들인가

 

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인가

Try burning this one 이라고 씌어진 글씨와 그 밑에

성조기를 그린 내의를 걸친 저 사람들이

앞으로도 영원히 나의 평화를 지켜줄 사람들인가

 

어젯밤 나는 동두천에 있었다

밤은 불야성을 이루고 환락의 도가니 속에서

나는 물었다 내 자신에게

1946년 성조기 아래서 태어났던 나

대한민국의 역사를 알고 이날이때까지

자학과 광기 없이 나는 조국의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던가

가위눌려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나는 내 조국의 자유를 노래할 수 있었던가

감시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체포와 구금과 투옥의 밤을 의식하지 않고

나는 내 나라의 평화를 그릴 수 있었던가

나는 죽고 싶었다 어젯밤 동두천에서

성조기 펄럭이는 식민지의 하늘 아래서

오 광기여 광기의 자식 자학이여

내가 죽어 차라리 개로 환생할 수 있다면

내 눈엣가시 주둔군의 저 철사줄이라도 물어뜯을 것을

내 증오의 깃발 성조기에 대고 울부짖기라도 할 것을

여기저기 도시에 마을에 숨어 산다는

핵병기의 비밀을 파헤쳐놓기라도 할 것을

 

목이 쉰 개의 비명이 내 귀에서 지고

밤이 울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에 나는 술에서 깨어났고

웬 여자가 토할 듯 입을 틀어막고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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