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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075일 수능대비 일일학습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1. 31.

들꽃이야기-개여뀌

강우근

빈 터에 자라던 풀들이 조금씩 말라가고 있다. 그 마른 풀 아래엔 벌써 뽀리뱅이, 개망초, 지칭개 같은 두해살이풀들이 자라나서 겨울 추위와 맞설 채비를 다 마쳤다. 마른 풀들은 겨울을 나야 하는 두해살이풀들에게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줄 것도 같다. 마른 풀 아래에 유난히 두해살이풀들이 많이 자라 올라온 게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말라가는 풀들 사이에는 개여뀌가 시들지 않고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초여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던 게 아직까지 싱싱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개여뀌만큼 흔한 풀도 드물 게다. 늦가을 들녘은 온통 개여뀌 밭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밭이며, 다른 풀들이 시들어 버린 자리를 개여뀌가 몽땅 차지하고서 붉게 물들여 버리고 만다. 늦가을 개여뀌가 만들어 낸 이런 풍경은 참 아름답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개여뀌는 더 예쁘다. 꽃대 끝에 붉은 자주색 구슬들이 알알이 달려 있다. 이 구슬 뭉치가 한 송이 꽃이 아니다. 뭉쳐 달린 붉은 자주색 구슬들은 한 개 한 개가 다 한 송이 꽃이다. 개여뀌는 한 송이 꽃으로는 너무 작아 벌을 불러들이지 못 한다. 그래서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이삭을 이루고 벌들을 불러모으는 것이다. 이 꽃송이들이 차례대로 피어난다. 꽃이 피면 흰색을 띄는데 이 꽃잎은 사실 꽃이 아니라 꽃받침 잎이다. 그래서 꽃잎처럼 시들어 떨어지지 않는다. 가루받이가 끝나면 그대로 다시 잎을 모아 닫고 꽃 피기 전 그대로 붉은 색을 띄고서 그 안에 씨를 키워간다. 겉은 꽃처럼 위장을 하고 속으로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개여뀌가 무엇이 모자라서 홀대하듯 '개'자를 붙여 부르게 되었을까? '여뀌'는 잎에 매운 맛이 나서 일본에서는 여뀌 잎으로 생선을 싸 먹는단다. 잎에서 나는 매운 맛이 생선 비린내를 없애 줘서란다. 게다 잎에 독이 있어 여뀌 잎을 찧어 물에 풀어서 물고기를 잡기도 한단다. 이에 견주면 개여뀌는 별다른 쓰임이 없는 듯 보인다. 그저 아이들이 소꿉놀이나 할 때 도토리깍정이 밥그릇에 담겨져 '개여뀌 밥'으로나 쓰일 뿐이다. 요즘에는 보기가 힘들어진 여뀌와 달리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고 또 별 쓰임이 없는 듯하니 사람들이 '개여뀌'라 부르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개여뀌 입장에서는 많이 억울할 것이다. 그렇지만 '개'자가 붙은 게 다 못난 것은 아니다. '망초'에 견주어 '개망초'는 훨씬 아름답게 꽃 피지 않는가? '개별꽃' 역시 '별꽃'보다 크고 예쁜 꽃을 피운다. 개여뀌 옆에서 다정한 동무처럼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개갓냉이'도 '개'자가 붙어 있다. 옛날에는 어린아이들이 다 '개똥이'였다. '개'자는 어찌 보면 친근감을 나타내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개여뀌도 나름대로 쓰임이 있다. 민간에서 통증을 없애고, 해열이나 해독 따위 약제로 쓰였다. 또 밀원(꿀)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두 해 전에 개여뀌 이삭을 잔뜩 뜯어다 작은 병에 소복이 꽂아 놓았다. 그런데 그게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처음 그 모양, 그 색깔 그대로다. 잡초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광맥과도 같다. 흔하디 흔한 개여뀌에서 빛나는 삶을 캐낼 수도 있다. 한가해 보이는 잡초 타령도 내일로 가는 '길 찾기'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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