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19)
배꾼과 새 세 마리
백석
어느 때 어느 곳에
배꾼 하나 살았네,
하루는 난바다에
고기잡이 나갔더니
센 바람에 돛 꺾이고
큰 물결에 노를 앗겨
바람 따라 물결 따라
밤낮 없이 떠흘렀네.
배고프고 목마르고
비 맞아 몸은 얼고
가엾은 이 배꾼은
거의거의 죽어갔네.
그러자 난데없는
새 세 마리 날아왔네.
한 새는 고물 밀고
한 새는 이물 끌고
또 한 새는 뱃전 밀어
어느 한 섬 다달았네.
섬에 오른 이 배꾼
목숨 건져 고마우나
앉아 걱정 서서 걱정
자꾸만 걱정했네.
그러자 새 한 마리
배꾼 보고 물었네―
(배꾼 아저씨
배꾼 아저씨
무슨 걱정 그리 해요?)
이 말 들은 배꾼이
대답하는 말
(돛대 없어 걱정이다
노가 없어 걱정이다.)
이때에 새 한 마리
얼른 하는 말
(그런 걱정 아예 마오
돛대 삿대 내 만들게.)
이때부터 톱새는
하루종일 톱질했네,
삐꿍삐꿍 톱질했네,
돛대감 노감을
자르노라고,
돛대 없어 노대 없어
걱정하던 이 배꾼
돛대 얻어 노대 얻어
걱정도 없으련만
그러나 웬일인지
자나 깨나 걱정이네.
그러자 새 한 마리
배꾼 보고 물었네.
(배꾼 아저씨
배꾼 아저씨
무슨 걱정 그리 해요?)
이 말 들은 배꾼이
대답하는 말
(들물 몰라 걱정이다
썰물 몰라 걱정이다.)
이때에 새 한 마리
얼른 하는 말
(그런 걱정 아P 마오
들물 썰물 내 알릴게.)
이때부터 또요새는
물때마다 외쳐댔네
또요 또요 외쳐댔네,
밀물이 또 미는 걸
알리노라고
들물 몰라 썰물 몰라
걱정하던 이 배꾼
들물 알아 썰물 알아
걱정도 없으련만
그러나 웬일인지
자나깨나 걱정이네.
그러자 새 한 마리
배꾼 보고 물었네
(배꾼 아저씨,
배꾼 아저씨
무슨 걱정 그리 해요?)
이 말 들은 배꾼이
대답하는 말
(무채 없어 걱정이다
외채 없어 걱정이다.)
이때에 새 한 마리
얼른 하는 말
(그런 걱정 아예 마오
무채 외채 내 썰을게.)
이때부터 쑥쑥새는
저녁이면 채 썰었네
쑥쑥 쑥쑥 채 썰었네,
무나물 외나물을 무치노라고
그러자 이 배꾼은
걱정 근심 하나 없이
들물 따라 썰물 따라
그물질을 나갔다네,
도요새가 알리는
소리 듣고
그러자 이 배꾼은
걱정 근심 하나 없이
돛을 달고 노를 저어
먼 바다에 배질했네
톱새가 잘라놓은
돛대와 노로
그러자 이 배꾼은
걱정 근심 하나 없이
무채나물 외채나물
저녁 찬도 맛있었네,
쑥쑥새가 썰어 무친
채나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