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066일 수능대비 일일학습

한량이 되고싶다 2022. 1. 22. 00:00

들꽃이야기-조팝나무

강우근

수천 수만 수억 개 가지 끝마다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죽어 있던 것 같은 가지 끝에서 꽃이 피어나고 있다. 봄꽃은 혁명처럼 꽃을 피운다. 그 느닷없는 속도가 그렇고 눈길 한 번 끌지 못했던 저 모퉁이 변두리 구석구석을 봄의 중심으로 바꾸어 버리는 게 또한 그렇다. 봄꽃의 혁명은 온 산과 온 들을 덮고 거리거리를 휩쓸고 급기야 메마른 가슴까지 들이닥쳐 거기에도 꽃을 피워 놓는다.

그 봄꽃 사태 한가운데 조팝나무가 있다. 조팝나무는 봄 한가운데서 꽃을 피운다. 좁쌀이 튀겨지듯 톡톡톡 꽃이 피어나니 이름조차 조팝나무다. 조팝나무 작은 꽃송이 한 개는 작고 볼 품 없다. 하지만 강정에 튀밥이 붙듯 가지에 다닥다닥 흰 꽃송이가 한꺼번에 피어나 꽃방망이를 이루면 꽃가루받이를 돕는 벌레들을 잡아끌고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팝나무는 꽃이 피기 전에는 그런 나무가 있었는지 모를 만큼 눈에 띄지 않는 나무다. 그렇지만 꽃이 피기 시작하면 온통 조팝나무 투성이다. 도대체 그 많은 것들이 어디 있다가 튀어나왔나 싶을 정도다. 정말 좁쌀처럼 자루 속에 담겨 있다가 '뻥 튀기 기계'에 '뻥' 하고 튀기면서 뿌려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지금까지 내 눈에는 조팝나무가 없었는데 (알고 나니) 온 세상이 조팝나무였어.' 삼십 년 넘게 똑같은 길을 오가면서도 보지 못했던 조팝나무를 알고 나니 그 길이 모조리 조팝나무였다는 어떤 이의 감탄 섞인 이야기다. 조팝나무는 늘 우리 가까이서 흔히 자라고 있어 오히려 그걸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조팝나무는 밭둑이나 숲 언저리에서 저절로 자라난다. 향기도 좋고 꿀이 많아 꽃꽂이용으로도 쓰이고 밀원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요즘은 울타리로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져 가까이에서 더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조팝나무가 만들어 놓은 꽃길을 걸으면 이런 글귀가 떠오른다. '우리가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우리 길이 만들어질 것이다.'

조팝나무 꽃잎은 한꺼번에 후두둑 진다. 봄바람에 싸래기눈처럼 떨어져 버린다. 벚꽃 잎과 귀룽나무 꽃잎이 쌓였던 그곳에 조팝나무 꽃잎이 바람에 쓸리면서 봄은 점점 더 깊어간다.

 

 

 

066일수능선택미적분.pdf
0.95MB
066일수능선택기하.pdf
1.16MB
066일수능선택확통.pdf
0.96MB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