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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85) 슬픈 눈빛 박영근 내 안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돌아가고 싶다고 오래 나를 흔들고 있다 한밤중인데 문 밖에선 비 떨어지는 소리 아직도 그곳에서는 봄이면 사람들이 밭을 갈고 논물에 비쳐드는 노을의 한 때를 흥건하게 웃고 있는가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들과 돌아갈 저녁 불빛이 있는가 종소리 시간의 먼 집으로 돌아가는 종소리 낡은 시영아파트 곁마당엔 노란 산수유가 피고 울던 아이들은 젖을 물고 잠이 드는가 아직도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뜨거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 아픈 몸으로 詩를 쓰고 있는가 빗소리에 꿈 밖 어둑한 머리맡이 젖고 슬픈 눈빛 하나가 나를 보고 있다 2022. 8. 29.
[고3, 수험생] 수능대비 일일학습(284) 길 박영근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 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 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치우고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저 눈 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2003년 여름호에 수록) 2022. 8. 28.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확습(283) 임진강에서 (詩:박영근) 입심 좋은 마을의 사투리가 강을 건너는 뱃전에도 툭,툭 난장을 폈으리 마을이 끊긴 자리에 웬 꽃들인가, 물마루 차고 날으는 물고기떼 햇살 속에 저 황홀한 춤 2022. 8. 27.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82) 솔아 솔아 푸른 솔아 -百濟. 6 박영근 부르네 물억새 마다 엉키던 아우의 피들 무심히 씻겨간 빈 나루터, 물이 풀려도 찢어진 무명베 곁에서 봄은 멀고 기다림은 철없이 꽃으로나 피는지 주저앉아 우는 누이들 옷고름 풀고 이름을 부르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 부르네. 장마비 울다 가는 삼년 묵정밭 드리는 호밋날마다 아우의 얼굴 끌려 나오고 늦바람이나 머물다 갔는지 수수가 익어도 서럽던 가을, 에미야 시월비 어두운 산허리 따라 넘치는 그리움으로 강물 저어가네. 만나겠네. 엉겅퀴 몹쓸 땅에 살아서 가다가 가다가 허기 들면 솔닢 씹다가 쌓이는 들잠 죽창으로 찌르다가 네가 묶인 곳, 아우야 창살 아래 또 한 세상이 묶여도 가겠네, 다시 만나겠네. 2022. 8. 26.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81) 내가 떠난 뒤 (詩:박영근) 흰 낮달이 끝까지 따라오더니 여주 강물쯤에서 밝은 저녁달이 된다 늙은 비구 하나이 경을 읽다가 돌에 새긴 비문 속으로 돌아간 뒤에도 내가 바라보는 강물은 멈추지 않는다 내 안에서 오래 그치지 않는 그대 울음소리 강물이 열지 못한 제 속에 잠겨 있는 바위 몇 개 나 또한 오늘 밤 읍내에 들어가 싸구려 여관 잠을 잘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떠난 뒤 맑은 어둠살 속에서 사라지는 경계들을 강물이 절집을 품고 나직하게 흐르기도 하는 것을 내 끝내 얻지 못한 강물소리에 귀기울이는 그대 모습을 이 강에서 하루쯤 더 걸으면 폐사지의 부도를 만날 수 있다 2022. 8. 25.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80) > -김남주 공원이나 학교나 교회 도시의 네거리 같은 데서 흔해빠진 것이 동상이다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고 나 이날이때까지 왕이라든가 순교자라든가 선비라든가 또 무슨무슨 장군이라든가 하는 것들의 수염 앞에서 칼 앞에서 책 앞에서 가던 길 멈추고 눈을 내리깐 적 없고 고개 들어 우러러본 적 없다 그들이 잘나고 못나고 해서가 아니다 내가 오만해서도 아니다 시인은 그 따위 권위 앞에서 머리를 수그린다거나 허리를 굽혀서는 안되는 것이다. 모름지기 시인이 다소곳해야 할 것은 삶인 것이다 파란만장한 삶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는 돌아와 마을 어귀 같은 데에 늙은 상수리나무로 서 있는 주름살과 상처자국투성이의 기구한 삶 앞에서 다소곳하게 서서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도둑놈의 삶일지라도 그것이 비록 패배한.. 2022. 8. 24.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79) > -김남주 제대로 팔다리를 뻗을 수 없는 0.7평짜리 이 방이 7년 전에 내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고 앉아 있을 때는 한 삼 년 도나 닦고 나갔으면 좋겠다 싶은 절간의 선방 같다고 생각했는데 펜도 없고 종이도 없고 책이락는 달랑 예수쟁이들이 기증한 성경밖에 없었던 이 방이 그후 서너 달 지나고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누워 있을 때는 하룻밤 느긋하게 묵고 가고 싶은 나그네의 역려 같다고 생각했는데 서른 넘은 나이로 15년 징역보따리를 들쳐메고 다시 와 이 방에 앉아 생각해보니 이제는 무덤이구나! 생사람 죽어 살아야 하는 2022. 8. 23.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78) > -김남주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입만 살아서 중구난방인 참새떼에게 물어본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다리만 살아서 갈팡질팡인 책상다리에게 물어본다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져 난마처럼 어지러운 이 거리에서 나는 무엇이고 마침내 이르러야 할 길은 어디인가 갈 길 몰라 네거리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웬 사내가 인사를 한다 그의 옷차림과 말투와 손등에는 계급의 낙인이 찍혀 있었다 틀림없이 그는 노동자일 터이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어요 선생님은 그의 물음에 나는 건성으로 대답한다 마땅히 갈 곳이 없습니다 그러자 그는 집회에 가는 길이라며 함께 가자 한다 나는 그 집회가 어떤 집회냐고 묻지 않았다 그냥 따라갔다 집회장은 밤의 노천극장이었다 삼월의 끝인데도 눈보라가 쳤고 하얗게 야산을 뒤덮었다 그러나 그곳에.. 2022. 8. 22.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77) > -김남주 누가 와서 물었네 지나가는 말로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나는 대답했네 거기에 갔다고 누가 와서 물었네 거기가 어디냐고 나는 대답했네 담 너머 하얀 집을 가리키며 자유가 묶여 발버둥치는 곳이라고 산에 들어 봄이 오고 누가 와서 물었네 지나가는 말로 그는 이번에 나오지 않았느냐고 나는 대답했네 무덤 하나를 가리키며 그는 지금 저기에 있다고 2022.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