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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9) > -김남주 어제 나는 잠실운동장에 있었다 거대한 고무보트와도 같은 경기장에서는 남과 북이 패를 갈라 공을 차고 있었고 관람석을 가득 메운 구경꾼들은 그 공의 향방을 쫓느라 넋을 잃고 있었다 나는 공의 향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엇에 굶주린 도둑고양이처럼 사방팔방으로 눈알을 굴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구경꾼들 틈새에 박혀 있는 새마을 모자들 가수들의 요란한 의상과 치어걸들의 괴상한 몸짓 에이스 침대 나이키 맥스웰 커피 비제바노 프로스펙스 랜드로바 코카콜라…… 이런 것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내가 찾는 것은 없었다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흔해빠진 노래 우리의 소원은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도 없었고 자주네 평화네 통일이네 하며 내 귀를 시끄럽게 했던 관념의 뼈다귀 같은.. 2022. 9. 22.
3.4미니모의고사(2) 주로4점짜리 모의고사(킬러제외) 2회 2022. 9. 21.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8) > -김남주 땅 위에 태어나서 나 하늘 높이에 이념의 깃대 하나 세우지 못한다 가난뱅이들이 부자들의 마을에 가서 고자질할까 봐 그런 것도 아니다 내 나이 벌써 마흔다섯이다 하늘 아래 태어나서 나 땅 위에 계급의 뿌리 하나 내리지 못하고 있다 부자들이 가난뱅이들 마을에 와서 행패를 부릴까 봐 그런 것도 아니다 내 나이 벌써 마흔다섯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나 할 일이 없는가 이렇게도 없는가 까마득한 세월 10년 전 그날처럼 나는 이제 지하로 흐르는 물도 되지 못하고 지상에서 먹고 살 만한 동네에 살면서 이런 말 저런 글 팔고 다닌다 그것도 허가난 집회에서나 그것도 인가난 잡지에서나 내 나이 벌써 이렇게 됐는가! 2022. 9. 21.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7) > -김남주 봄이면 장다리밭에 흰나비 노랑나비 하늘하늘 날고 가을이면 섬돌에 귀뚜라미 우는 곳 어머니 나는 찾아갈 수 있어요 몸에서 이 손발에서 사슬 풀리면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어요 우리집 그래요 어머니 귀가 밝아 늘상 사립문 미는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목소리를 듣고서야 자식인 줄 알고 문을 열어주시고는 했던 어머니 사슬만 풀리면 이 몸에서 풀리기만 하면 한달음에 당도할 수 있어요 우리집 장성 갈재를 넘어 영산강을 건너고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영암이라 월출산 천왕 제일봉도 나비처럼 훨훨 날아 찾아갈 수 있어요 조그만 들창으로 온 하늘이 다 내다뵈는 우리집 2022. 9. 20.
[고3, 수험생] 수능대비일일학습(306) > -김남주 나는 그린다 여인의 얼굴을 허공에 담배연기 속에 그 까만 눈을 내 고뇌의 무덤 그 하얀 유방과 달빛에 젖은 골짜기 그 축축한 허벅지를 눈을 감고 그린다 허공에 담배연기 속에 오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여인의 몸 밤의 잠자리여 입술을 기다리는 입술 팔을 기다리는 허리 가슴을 기다리는 가슴 오 귀가 멀수록 가깝게 들리는 그대 거친 숨결이여 나는 놓는다 나는 놓는다 나는 놓는다 그대가 마시는 모든 술잔에 나의 입술을 그대가 만지는 모든 사물에 나의 무기를 그대가 그리는 모든 그리움에 나의 노래를 깊고 깊은 골짜기에서 그대는 갈증의 샘처럼 흐르고 나는 땅속 깊이 그대를 파헤쳐 하늘 아래 별처럼 붉은 아기 하나 태어나게 하고 싶다 2022. 9. 19.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5) > -김남주 밴밴한 얼굴의 계집은 그 처녀를 기생오라비 같은 난봉꾼에게 바치고 그것도 허영에 들떠서 바치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사내는 그 총각을 서울역이나 청량리 근처 어디 갈보한테 바치고 그것도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바치고 모년 모월 모시 모처에서 그들은 나는 총각 너는 처녀 선남선녀로 만났다네 모년 모월 모시 모처에서 그들은 신랑신부가 되어 주례 앞에 섰다네 그랬다네 2022. 9. 18.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4) > -김남주 내 안에 비수 하나 있었다 그걸 꺼내 독점과 폭정의 심장을 찾아 밤의 거리를 헤매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에게는 한때나마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 그 무렵 내 나이는 팔팔한 나이 조국과 전선의 이름으로 내 모든 것을 바쳐 싸워야 한다고 다짐할 줄 알았던 좋은 때였으니 그날 밤 나는 얼마나 벅찬 가슴이었던가! 그것은 그러나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다 그날 밤 나와 함께 밀폐된 방에서 투쟁의 칼을 세워 놓고 승리 아니면 죽음을! 맹세했던 동지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승리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나는 그를 찾아 지금 무덤으로 가고 있다 그와 나란히 비수를 품고 밤길을 걸었던 그 길을 따라 신향식 동지--- 사형대의 문턱에 한 발을 올려놓고 고개 돌려 그가 나에게 했던 말 그것은 죽으면 내 무덤에.. 2022. 9. 17.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 (303) > -김남주 오늘밤 아니면 내일 내일밤 아니면 모레 넘어갈 것 같네 감옥으로 증오했기 때문이라네 재산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자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네 노동의 대지와 피곤한 농부의 잠자리를 한마디 남기고 싶네 떠나는 마당에서 어쩌면 이 밤이 이승에서 하는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니 유언이라 해도 무방하겠네 역사의 변혁에서 최고의 덕목은 열정이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다 된 것은 아니네 지혜가 있어야 하네 지혜와 열정의 통일 이것이 승리의 별자리를 점지해 준다네 한마디 더 하고 싶네 적을 공격하기에 앞서 반격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공격을 삼가게 패배에서 맛본 피의 교훈이네 잘 있게 친구 그대 손에 그대 가슴에 나의 칼 나의 피를 남겨두고 가네 남조선민족해방전선만세! 2022. 9. 16.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02) > -김남주 타고난 양반이었기에 너의 아버지는 손에 흙 한 줌 안 묻힌 부자였고 타고난 상놈이었기에 나의 아버지는 나이 마흔에 허리가 구부러졌고 손가라이 쇠갈퀴가 되도록 흙을 파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난 너는 시도 때도 없이 꿀맛처럼 달콤한 강정을 빨았고 가난의 자식으로 태어난 나는 때묻은 손가락이나 더럽게 빨아야 했다 나는 보았다 내 어린 시절에 상놈의 딸을 사고 파는 양반들을 나는 보았다 내 어린 시절에 남의 아내 희롱하고 겁간하고도 탈없이 잘도 사는 부자들을 나는 보았다 내 어린 시절에 양반의 도덕에 감히 어쩌지 못하고 제 마누라한테나 화풀이를 하는 상놈들을 나는 보았다 내 어린 시절에 부자의 윤리에 그 가슴에 낫을 꽂고 까막소로 끌려가는 가난뱅이 자식들을 그렇다 양.. 2022.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