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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30) 시월에 /문태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밑에서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밭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2022. 10. 12.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8) 10월 / 이외수 이제는 마른 잎 한 장조차 보여 드리지 못합니다 버릴수록 아름다운 이치나 가르쳐 드릴까요 기러기떼 울음 지우고 떠나간 초겨울 서쪽 하늘 날마다 시린 뼈를 엮어서 그물이나 던집니다 보이시나요 얼음칼로 베어낸 부처님 눈썹 하나 2022. 10. 11.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7) 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2022. 10. 10.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6) 10월 / 문인수 호박 눌러 앉았던, 따 낸 자리, 가을의 한복판이 움푹 꺼져 있다 한동안 저렇게 아프겠다 2022. 10. 9.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5) 시월의 시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서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2022. 10. 8.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4) 여름날ㅡ 마천에서 / 신경림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 보다 차가 갑자기 부른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첨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 냄새를 풍기고 있다. 2022. 10. 7.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3)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2022. 10. 6.
[고3,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2) 가난한 사랑 노래/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2022. 10. 5.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321) 소금 류시화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2022.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