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박영근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 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 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치우고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저 눈 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2003년 <유심> 여름호에 수록)
반응형
'일일학습 > 수능일일학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86) (0) | 2022.08.30 |
---|---|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85) (0) | 2022.08.29 |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확습(283) (0) | 2022.08.27 |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82) (0) | 2022.08.26 |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81) (0) | 2022.08.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