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난 뒤 (詩:박영근)
흰 낮달이 끝까지 따라오더니
여주 강물쯤에서 밝은 저녁달이 된다
늙은 비구 하나이 경을 읽다가
돌에 새긴 비문 속으로 돌아간 뒤에도
내가 바라보는 강물은 멈추지 않는다
내 안에서 오래 그치지 않는 그대 울음소리
강물이 열지 못한
제 속에 잠겨 있는 바위 몇 개
나 또한 오늘 밤 읍내에 들어가
싸구려 여관 잠을 잘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떠난 뒤
맑은 어둠살 속에서 사라지는 경계들을
강물이 절집을 품고 나직하게 흐르기도 하는 것을
내 끝내 얻지 못한 강물소리에 귀기울이는 그대 모습을
이 강에서 하루쯤 더 걸으면
폐사지의 부도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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