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
-김남주
감옥이 열리고
길도 따라 내 앞에 열려 있다
세 갈래 네 갈래로
어느 길로 들어설 것인가
불혹의 나이에
나는 어느 길로도 선뜻
첫발을 내딛지 못한다
농사나 지을까
나로 인해 화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들녘으로 가서
시나 쓸까
이 세상 끝에라도 가서
쉬었다나 갈까
어디 절간 같은 데라도 가서
별생각이 다 떠오른다
그러나 세상은
내 좋을 대로 하라고 내버려두지 않는다
자꾸만 자꾸만 내 등을 밀어 사람들 속으로 집어넣는다
오늘도 나는 어느 집회에 가야 한다
가서 세상이 한번 뒤집히기를 요구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여 시를 읽고 말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쓰디쓴 입맛을 다셔야 할 것이다
사물의 핵심을 찌르지 않고 비껴가는
내 시와 말이 비겁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한때 핵심을 비껴가는 시를 쓰고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음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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