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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학습/수능일일학습

[고3, 수험생]수능대비 일일학습(271)

by 한량이 되고싶다 2022. 8. 15.

 

<< 길 >>

 

-김남주

 

감옥이 열리고

길도 따라 내 앞에 열려 있다

세 갈래 네 갈래로

 

어느 길로 들어설 것인가

불혹의 나이에

나는 어느 길로도 선뜻

첫발을 내딛지 못한다

 

농사나 지을까

나로 인해 화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들녘으로 가서

 

시나 쓸까

이 세상 끝에라도 가서

 

쉬었다나 갈까

어디 절간 같은 데라도 가서

 

별생각이 다 떠오른다

그러나 세상은

내 좋을 대로 하라고 내버려두지 않는다

자꾸만 자꾸만 내 등을 밀어 사람들 속으로 집어넣는다

 

오늘도 나는 어느 집회에 가야 한다

가서 세상이 한번 뒤집히기를 요구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여 시를 읽고 말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쓰디쓴 입맛을 다셔야 할 것이다

사물의 핵심을 찌르지 않고 비껴가는

내 시와 말이 비겁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한때 핵심을 비껴가는 시를 쓰고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음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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