湯 藥
백석
눈이 오는데
토방에서는 질화로 우에 곱돌탕관에 약이 끓는다
삼에 숙변에 목단에 백복령에 산약에 택사에 몸을 보한다는 六味湯이다
약탕관에서는 김이 오르며 달큼한 구수한 향기로운 내음새가 나고
약이 끓는 소리는 삐삐 즐거웁기도 하다
그리고 다 닳인 약을 하이얀 약사발에 밭어놓은 것은
아득하니 깜하야 만년 옛적이 들은 듯한데
나는 두손으로 고이 약그릇을 들고 이 약을 내인 옛사람을 생각하노라면
내 마음은 끝없이 고요하고 또 맑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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